오케이, <아티스트>가 좋은/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지난 회에 얘기했듯이), 솔직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위원회가 이 영화에 6개 부문이나 몰아준 건 좀 오버가 아닌가. 그 점에서 개인적으로 꽤 아쉬웠던 작품은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헬프>다. 물론 이 영화는 21세기에 제작된 1960년대 미시시피 지역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국의 가장 근원적인 내부 갈등인 인종문제를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다뤘다는 혐의가 있지만, 그럼에도 유머러스하고 진지하며 또한 성찰적이다. 평범하고 순종적인 중년의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주체적인 젊은 백인 여성이자 작가 지망생인 스키터(에마 스톤)가 균형을 맞춘 구성도 좋았는데, 특히 에이블린이 영화를 열고 닫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삽입된 여러 곡들 중에서도 마지막에 흐르는 메리 J. 블라이즈의 <The Living Proof>는 유일한 오리지널 곡으로, 지난해 말에 발표한 신작 <The Journey Continues (Act 1)>에 실리기도 했다. 토머스 뉴먼의 우아한 스코어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이 트랙은, 다른 삶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는 에이블린의 뒷모습을 10여분의 롱테이크로 촬영한 엔딩의 잔잔하고도 인상적인 순간을 장식한다. 오래 기억될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