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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모바일 시대의 성장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백년 전도, 지금도 세상은 온갖 핑계로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로 어수선하다. 스물여섯살 여름의 나도 무거운 가방에 기대어 먼 나라의 공항에 앉아 있었다. 열 시간이 넘게 날았지만 1년간 머무르기로 한 학교까지는 또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이른바 공부를 하러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 명분을 못 믿는 사람은 나였다
글: 김혜리 │
200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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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진지함의 결핍, 치명적 오류 <루니툰 : 백 인 액션>
실사와 만화의 결합 <루니툰: 백 인 액션>이 놓친 것
<루니툰> 시리즈는 1960년대에 끝났지만, 벅스 버니, 대피 덕, 포키 피그와 같은 스타들의 명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루니툰> 시리즈는 텔레비전을 통해 끝도 없이 방영되며 새로운 팬들을 얻어갔고 스타들의 명성은 늘 신선했다. 그렇다면 워너사에서 이들에게 두
글: 듀나 │
200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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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실미도>의 신파성과 상투성이 주는 감동과 설득력 분석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 중의 하나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과거의 재현’이다. 한국영화의 21세기는 그 반복 강박으로 시작되었다(<박하사탕>은 2000년 1월1일에 개봉되었다). 그리고 2003년, 한국영화는 <실미도>를 통해 또 한해를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박하사탕>에서부터 소환되는 과거는 줄
글: 변성찬 │
200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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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90년대 홍콩에 대한 장르적 갈무리,<무간도2 혼돈의 시대>
<무간도>는 무엇보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영화였다. 왕가위 스타일을 관객 머릿속에 스텝프린팅한 그는 질척이는 뒷골목 대신 유리 빌딩의 옥상에서 홍콩누아르의 신세기를 열어젖혔다. 누아르의 어둠을 표백한 <무간도>는 미끄러질 듯 깔끔한 이미지의 표면에서 존재론적인 누아르를 실험했다. 여기선 총보다 휴대폰이, 피보다 시스템이 한수
글: 정승훈 │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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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올드보이>의 구약적 응징론에 대한 심영섭의 신약적 비판론
초자아와 이드의 혈투를 담은 핏빛 일기
이상하게도 근자 들어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 김기덕 감독이 떠오른다. <복수는 나의 것>의 마지막을 보면서도 그랬다. 송강호가 가슴에 턱 칼을 맞고 땅에 쓰러지는데, 그 꼴을 그대로 버려두는 감독을 보며, 자동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나쁜 남자>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야…
글: 심영섭 │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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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다시, 이미지의 거울방 속으로, <킬빌>
모든 낡은 것들은 언젠가 다시 새롭게 다가오게 마련. 이 명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다. 가히 복고적 열기의 향연이라 할 쿠엔틴 타란티노의 액션 대작 제1부는 매우 유쾌하고 영리하게 만들어졌지만, 다소 얄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화면 가득 분출돼나오는 숱한 영화들의 이미지와 장면들은 이 모
글: 짐호버먼 │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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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올드보이>의 기꺼이 자기를 잊고 투항하기
<올드보이>는 복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대 사법의 체계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대로 갚아주는’ 복수를 다루고 있지 않다. 영화는 오대수의 죄목이 ‘말’이었다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극으로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는 단지 간접적으로 매개
글: 황진미 │
200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