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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꿈이냐 생시냐
겉뜻 너무 행복해서 내뱉는 감탄
속뜻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주석 로또에 당첨되거나 짝사랑하던 그이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일 때, 이런 말이 입 밖에 나온다. 꿈이냐 생시냐. 때론 확인한답시고 자기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지. 방정맞은 짓이다. 안 아파서 슬픈, 드문 경험이다. 그런데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살아
글: 권혁웅 │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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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나 요즘 살쪘지?
겉뜻 뚱뚱해졌다고 걱정하는 말
속뜻 사랑이 식었는지 확인하는 말
주석 요즘 폭풍공감 그림이 유행이다. 똑같은 귀요미 애인이 틀린 그림 찾기 속에서 묻는다. 머리 묶는 게 나아, 푼 게 나아? 앞머리 있는 게 나아, 없는 게 나아? 가방 드는 게 나아, 메는 게 나아? 머리 기르는 게 나아, 자르는 게 나아? 당신은 바로 시험에 든다. 머리띠나 이마는 기
글: 권혁웅 │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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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알 만한 사람이…
겉뜻 (‘왜 그래?’와 함께 쓰여) 상대방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질책하는 말
속뜻 상대방이 보잘것없다고 무시하는 말
주석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선임이나 연장자가 훈계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저 말이 따라붙으면 후임이나 젊은이는 엉뚱하거나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한 사람이 된다. 저 말은 답변을 요구하는 말도 아니다. 질책이 아니라면 은근한
글: 권혁웅 │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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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아기야
겉뜻 대개 남자가 자기 애인을 귀엽게 부르는 말
속뜻 그녀와 부비부비하고 싶다는 말
주석 설마 정말로 아기에게 “아기야”라고 부르지는 않겠지? 그렇게 불러서 안 되는 이유는 많다. 첫째, 아기에게는 부모가 붙여준 이름이 있다.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아기야”라고 부르는 건 우리 집 뽀삐더러 강아지야, 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아기야”라고
글: 권혁웅 │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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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삼삼한데?
겉뜻 상대의 외모가 매력적이어서 끌린다는 말
속뜻 자신이 궁지에 빠졌음을 고백하는 말
주석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날씬하고 예쁘고 식탐이 있는 미녀들의 사진이 친구 추천으로 자주 뜬다. 내 친구 중에는 없는데, 어째서 친구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먹을 걸 밝히는데도 저렇게 날씬하고 예쁠까? 그럴 때면 저절로 신음하듯 저 단어를 내뱉게 된다.
사전에서는 삼삼
글: 권혁웅 │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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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네가 처음이야
겉뜻 사랑의 유일무이성에 기댄 고백
속뜻 당신이 몇 번째인지 셀 수 없다는 고백
주석 남자와 여자가 천신만고 끝에 빈방을 얻어서 들어온다. 이런 데 처음 와 봐. 떨려. 난 자기가 처음이야. ‘처음’이란 말에는 첫사랑이라 말할 때의 그 ‘첫’(first)이란 뜻이 배어 있다. 당신은 내 사랑의 시작이고 기원이고 출발지야. 두 번째(second)나 세 번
글: 권혁웅 │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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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별 볼 일 없네
겉뜻 중요하지 않거나 매력적이지 않다
속뜻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주석 ‘별 볼 일 없다’를 ‘별로 볼 만하지 않다’로 읽는 데 반대다. 저 ‘별로’는 부정어와 함께 쓰여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하지 않다’란 뜻을 만든다고 한다. 고작 부정하기 위해서 ‘별’과 ‘보다’가 동원된다는 말인가? 저 예쁜 두 개의 입술소리(‘ㅂ’)와 든든하게
글: 권혁웅 │
201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