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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불안과 우울
허구 속의 캐릭터가 배우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강렬한 심리적 몰입이 필요한 메소드 연기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잦다. 이런 테마의 고전으로는 조지 쿠커의 <이중생활>(1947)이 꼽힌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로널드 콜먼)는 공연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성공에 기뻐하기는커녕 점점 불안
글: 한창호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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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정치를 넘어 전설이 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초기작 <거미의 계략>(1970)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를 각색한 작품이다. 30살의 베르톨루치는 여전히 고다르적인 청춘의 당돌함으로, 영화의 관습을 부수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보르헤스의 단편 자체도 복잡하고 모호한데, 베르톨루치는 여기에 자기의 상상력을 덧칠하
글: 한창호 │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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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남자를 피우다
“누구 성냥 가진 사람 있나요?”
20살짜리 배우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성숙한 로렌 바콜이 입에 담배를 물고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다. 하워드 혹스 감독의 <소유와 무소유>(1944)에서다. 데뷔작이고, 상대역은 필름 누아르에선 당대 최고였던 험프리 보가트였다. 그런데 빛을 쏘는 듯한 눈빛에, 남자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글: 한창호 │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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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좀 이상한 일인데, 주위에 캐서린 헵번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뭐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한참 뜸을 들인 뒤, 중년에 출연했던 <아프리카의 여왕>(1951) 정도를 떠올린다. 그런데 캐서린 헵번은 미국영화협회(AFI)가 1999년 발표한 ‘전설적인 여배우 베스트 50’ 리스트에 따르면 1위에 오른 배우다. 그 뒤를 베티 데이
글: 한창호 │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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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바꾸다
이탈리아 여배우에게 관객이 제일 먼저 기대하는 것은 관능미다. 이것은 이탈리아 관객이든 전세계 관객이든 비슷한 것 같다. 이탈리아영화는 소위 ‘마조라타’ (Maggiorata, 큰 몸집이란 뜻)라는 독특한 스타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 소피아 소렌처럼 ‘여신’의 몸매를 가진 배우로 흥행을 노리는 정책이다. 모니카 비티는 육체파 배우들이 경쟁할
글: 한창호 │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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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여자
여성에게 ‘나쁜’이란 말은 무엇보다도 성적 일탈에 대한 비유법이다. 형용사는 판단의 수사(修辭)인데, 그 판단의 언어적 주체가 대개 남성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나쁜 여성’은 곧 남자(아버지)의 성적 명령을 무시하고 윤리의 한계를 넘어가는 여성들이다. 그러니 나쁜 여성(Evil Woman)은 종종 중세의 마녀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베티 데이비스가 첫 아카데
글: 한창호 │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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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오! 마돈나]
[한창호의 오! 마돈나] 성 역할 부정한 암사슴
스테판 오드랑은 클로드 샤브롤의 <착한 여자들>(1960)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파리의 양품점에서 일하는 네명의 ‘착한’ 여성 혹은 ‘착해 보여야 하는’ 여성들의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여기서 오드랑은 비밀이 많아 늘 따로 행동하는 의심스러운 여성으로 나온다. 첫눈에 별로 착한 것 같지 않고, 퇴근 이후에 무슨
글: 한창호 │
201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