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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익숙함의 울타리 안에서
가족은 왜 가족일까. 피를 나눠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위로받을 수 있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를 먹여살려주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준벅>을 보면 익숙해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다는 건 친근하다는 것과 다른 말이다. 친근하지 않아도 거북하고 싫어도 익숙해질 수는 있다. <준벅>에서 메들
글: 김은형 │
200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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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직업의 판타지
꿈(보다 여드름이 더) 많았던 소녀 시절, 잡지사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이틴> <여학생> <주니어> 등의, 여중고생들을 타깃으로 삼은 월간지들이 동네 서점가를 풍미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홀로 상상에 빠지곤 했다. <여학생>의 근사한 소파에 앉아 근사한 연예인과 인터뷰하는 근사한 내 모습을. 망상을 한없이 발전
글: 정이현 │
200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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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사이] 달려라 달려,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 속 타임머신 이야기야 흔하디 흔해서 더이상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인데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타임리프’는 일단 단어가 달라서 뭔가 신선해 보이고(완전 조삼모사!) 시간을 건너뛰는 행위와 파장이 매우 구체적이라서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타임리프’를 할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갈까?
글: 김은형 │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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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야반도주라도 하지그랬소
<황진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 ‘송혜교는 예쁘구나.’ 그 다음에 느낀 점. ‘송혜교는 정말 예쁘구나. 근데 이거 혹시 <황진이>가 아니라 <임꺽정>이야?’ 시작 약 30여분 뒤, 어쩌면 이 영화에는 내가 아는 ‘그 황진이’가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뭐냐, 일부러 홍석중 소설 복습까지 하고 왔건만.
글: 정이현 │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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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벗어야 할 때 벗는 그녀가 아름답다
나와는 상관없는 시상식에 흥분했던 적이 두번 있다. 한번은 마틴 스코시즈가 <에비에이터>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을 때고 다른 한번은 이번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의 수상 소식이었다. 이유는 달랐다. 전자의 경우 <에비에이터>는 별로였지만 노친네가 하도 물 먹는 게 안쓰러워서 이번에는 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글: 김은형 │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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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사이] 이런 사랑도 정말 있다
나는 속물인가?
그것이 세상의 속된 기준에 민감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면, 흠흠, 쉽게 부정하지 못하겠다. 친구가 아파트를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현재 시세가 궁금해지고, 그저 그렇다고 여겼던 작품이 유수한 문학상을 탔다는 말을 들으면 부박한 내 취향을 의심하게 된다. 스무살 때부터 쭉 좋아하던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던 날, 무슨
글: 정이현 │
200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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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7천원 내고 뭘 더 바라
결국 보러 가고야 말았다.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참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정확히 3주 갔다. 작심3주.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암전 속에서 코믹스 장면들에 어렴풋이 불이 들어올 때는 신음 소리마저 터져 나왔다. 차라리 진작 볼 걸. 꾹꾹 참는 동안 흥분만 더 커져서 거의 미친 개처럼 열광하면서 봤다. 모야! 너무 재밌잖아! 누가 재미
글: 김은형 │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