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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굿바이 솔로> <열혈남아>의 배우 나문희
말에도 저마다 힘이 있다면, ‘어머니’처럼 위력적인 말도 없을 터다. 그러나 배우 나문희(65)에게는 어머니라는 이름도 성에 차지 않는다. 대신 ‘어미’라는 단어가 고집스레 목구멍에 차오른다. 어미라는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인상은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19세기 말 야생 동물 사냥꾼들은 포획과 운송의 용이함을 위해 어린 동물만 노렸다고 한다. 무리를 발견
글: 김혜리 │
사진: 오계옥 │
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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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전주국제영화제 방문한 배우 겸 감독 다케나카 나오토
서양의 관객과 평자들은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50)에게 ‘일본의 짐 캐리’, ‘일본의 로빈 윌리엄스’라는 별명을 붙여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오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족하다. <쉘 위 댄스>에서 교습소 기둥을 부여안고 룸바 스텝을 밟던 샐러리맨 아오키, 그리고 <으랏차차 스모부>에서 모래판에만 서면 긴장성 설사를 일으켜 화장실로
사진: 이혜정 │
글: 김혜리 │
200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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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전직 법무부 장관, 서울시장 예비후보 강금실 변호사
우리는 같은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별을 구성하는 성분과 동일한 물질로. 다만 각 요소의 함량은 제각각이다. 억지를 쓴다면 세상 모든 사람을 잘생긴 순서대로, 혹은 힘이 센 순서대로 줄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아름답다거나 가장 강하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반하지 않는다. 인간을 다른 인간에게 매료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특정한
사진: 오계옥 │
글: 김혜리 │
200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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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번지점프를 하다> <올인>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지난해 봄, 나는 꿈을 꾸었다. 건물의 한쪽이 허물어지는 친숙한 악몽이었다. “또야?” 탄식하며 부서진 계단을 달려 도망치는데 이병헌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오른손에 권총을, 왼손에는 도넛을 들고 있었다. <달콤한 인생>이 개봉을 손꼽던 무렵이었다. 이병헌의 도넛과 권총이라니! 잠을 깬 나는 무의식마저 상투적인 자신에게 실망하여, 하마터면 슬
사진: 이혜정 │
글: 김혜리 │
200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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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도시의 행간을 읽는 건축가 황두진
건축가 루이스 칸은 “도시는 소년이 일생 동안 거닐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교시를 찾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건축가 황두진에게 도시는 교시를 찾는 장소이며, 나아가 교시 자체다. 서울이 그의 도시가 된 것은 우연이지만 황두진은 그 우연을 전력을 다해 받아들인다. 건축과 글쓰기, 그의 집 거실에서 열리는 대화의 장(場) ‘영추포럼’이 황두진이 도시와 대화
사진: 오계옥 │
글: 김혜리 │
200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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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대장금> <마파도> <안녕, 프란체스카>의 배우 여운계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빈집 문간에서 울먹이던 3살의 나는 입꼬리에 숨어 있고, 선배들의 술잔을 오기로 털어넣던 19살의 나는 콧날에 남아 있다. 얼굴이 새기는 시간은 과거만이 아니어서 어머니의 그것을 닮아가는 양미간에는 아직 오지 않은 나이가 깃들 자리를 가늠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은, 기록한다. 다만 은닉에 능한 얼굴이 있고, 내보이기를 기꺼워하는
글: 김혜리 │
200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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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20주년 맞은 <전영혁의 음악세계> 디스크자키 전영혁
전영혁은 과묵한 DJ다. 인사말조차 변주에 인색하다. 한결같이 “<전영혁의 음악세계>입니다”로 새벽 2시를 열고, “디스크자키 전영혁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로 3시를 고한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처럼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그가 날마다 반복하는 오프닝과 끝인사는 성경의 “태초에…”와 “아멘”처럼 들릴 지경이다. 그럼 그 사이는? 오직 강 같은
글: 김혜리 │
200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