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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맛의 비밀은 기다림일까 조미료일까
대한민국에 요리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1990년대에 이미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다. 남자였고 학생이었고 자취를 했다. 다시 말해 힘과 시간은 남아도는데 돈은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강제로 주머니 털어 나온 돈으로 장을 봐서 돈 주고는 못 먹을 음식을 먹는 거.
요리의 나라 프랑스
글: 김정원 │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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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줌마 아니라 줌바 댄스
수녀원에서 농사를 짓다가 오래간만에 상경한 수녀님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속세의 때라고는 묻지 않은 데다 감수성 예민하며 안목 높기로 소문난 수녀님에게 어울리는 영화라면… 숭고한 신념과 인간적인 두려움 사이에 놓인 수도사들의 이야기라는 예술영화 <신과 인간>? 하지만 수녀님은 마음이 언짢았다. “제가 수녀원에서 올라왔습니다. 날마다 수녀님
글: 김정원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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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잡초가 몸에서 돋아나는 꿈을 꿨다
달도 숨어 컴컴한 한밤중이었다. 하얗고 커다란 불빛 두개가 비틀거리며 밭두렁을 따라 돌진하다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밭두렁 1m 앞에서 끼익, 하고 멈췄다(그 몇초 사이, 나는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추리닝 바람으로 객사하는 줄 알았다). 트럭 문을 열고 내린 붉은 얼굴의 아저씨는 학생들이 들고 있던 올망졸망한 종이컵을 보더니 피식 비
글: 김정원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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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진짜 살인자는 저 너머에 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자를 만났다. 스릴러를 만들었지만 맨날 보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던 그는(당시 나이 40대 중반, 남성) 그 영화의 반전과 그런 반전을 창조한 감독의 재능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기가 막히지 않아? 그런 반전 한번이라도 본 적 있어요?” “두번.” 그는 당황했다. “**** **하고 *** *
글: 김정원 │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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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저임금 외계인 노동자 시대
한없이 느슨하기만 했던 대학에 경쟁의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수십년 동안 나태의 선두 주자였던 우리 과에도 공고가 붙었다. 졸업논문 심사를 3단계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으니 졸업 예정자들은 먼저 논문 목차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졸업논문이란 벼락치기로 며칠 만에 쓰는 거라 알고 지낸 세월이 4년 반인데, 원통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들처럼 4년 만에 졸업할걸
글: 김정원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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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차라리 고양이를 찾겠다
탐정이 없는 땅에서 태어났기에 탐정은 될 수 없었지만 그의 꿈은 범인을 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문기자가 되었다(경찰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기자가 탐문도 하고 추리도 하고 범인도 잡고 부업으로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노릇도 하며 악당을 물리치는 할리우드영화들을 보고 자란 탓이었다(기자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도 하고 연애만 하는
글: 김정원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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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이과 망했으면
여섯 자리 숫자의 부채가 기록된 학생회 장부를 물려받은 3월이었다. 등록금이 싸서 학자금 대출이 흔치 않았고 그나마 대출받은 학생들 70%(대학신문 추정 수치)가 먹튀해도 귀찮아서 추심에 들어가지 않던 시절, 난생처음 빚더미에 앉은 학생들은 시름에 잠겼다. 이것은 아마도 태곳적부터 쌓여왔을 빚, 1, 2년으로 달성하기는 불가능한 위업이 아닐까. 그렇잖아,
글: 김정원 │
201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