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읽기]
용맹스런 감독, 자세를 낮춰라, <세기말>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0%를 웃돌고 있다. 터졌다 하면 60, 70만명이 기본이고 ‘영상 펀드’라는 말이 귀에 익을 정도로 영화판이 후끈거린다. 지난 겨울 줄초상난 것 같던 충무로가 1년도 지나지 않아 흥청거리고 있으니 불안감마저 든다. 그래서 세기말인가. <세기말>을 선보일 송능한 감독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친다. “관객에게 외면당한다면
글: 박평식 │
1999-12-28
-
[영화읽기]
사회적 은유도, 정신병자의 심상사례도 아닌 <파이트 클럽>
세 가지 각도에서 한번 접근해보자.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파이트 클럽>은 무뇌아적인 우수마발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을 훌쩍 뛰어넘는 걸작도 아니다. (척 팔라닉의 도발적인 데뷔작을 꽤 충실히 재현한) 이 위악적이리만치 쾌활한 풍자극은, 도발이라는 측면에 관한 한, 지극히 재미있고, 놀랄 만큼 연기가 뛰어나고, 기획 또한 대담하다. 적어도 강
글: 짐호버먼 │
2000-01-04
-
[영화읽기]
너희가 진정 여자를 아는가, <해피엔드>
몇년 전, 정지우 감독의 단편영화 <생강>을 처음 보았을 때 든 느낌은 감탄사였다. 총각 감독이(난 정지우 감독이 총각인 줄 알았다) 하필 파마약을 뒤집어쓴 채 동전 몇푼에 악다구니하며 살아가는 아줌마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도 신기했고, 그의 단편 데뷔작이자 30만원짜리 영화 <사로>의 섬뜩함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 심영섭 │
2000-01-04
-
[영화읽기]
이상한 나라의 동막골, <웰컴 투 동막골>
판타지를 통해 대립된 남북을 소통시키고자 하는 전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는 판타지가 무엇보다 상상적 합일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하고, 그런 면에서 이상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한 <천군>이 그러했고,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남북 군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퇴행적 판타지’를
글: 안시환 │
2005-08-31
-
[영화읽기]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태양은 아득히(상)
필립의 아버지가 아랑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1999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사실 그분은 한때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급 사업가로,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였던 필립 때문에 몇번 뵙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신분의 사람이다. 그런데 그분이 난데없는 부탁을 해왔다. 필립이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가줄 수 없겠냐는 것이다. 아랑과 필립은 고등학교 때야
글: 이명석 │
2000-01-04
-
[영화읽기]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태양은 아득히(하)
여자 친구인 마르쥬를 자동차에서 쫓아내버린 필립은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아랑은 오히려 그편이 잘 되었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젠 아무 것도 신경쓸 필요도 없이 그냥 달리자. 그리고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를 새로운 태양을 가슴에 안고, 저 추접스러운 녀석과는 영원히 바이바이 해버리자. 그런 아랑의 마음을 담은 자동차는 달리고 달려 동해안에 닿았다. 뿌
글: 이명석 │
2000-01-11
-
[영화읽기]
[아줌마, 극장가다] 포르노, 아줌마도 한다, <거짓말>
영원한 ‘벤처 감독’ 장선우의 성행위예술이 스크린 위에 펼쳐지기 시작하자, 아줌마는 공연히 지 꼬라지가 돌아봐진다.
축 늘어진 어깨 밑에, 난데없이 펑 솟아올랐다간 또 하염없이 늘어지는 남산 밑에, 좆도 가진 거 없으면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비옥한 남쪽나라가 반도처럼 펼쳐지는 아줌마의 대동여지도는, 그로테스크할지언정, 결코 ‘거짓말’은 아니다. 그렇
200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