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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전쟁의 부조리함을 그린 영화들 <지옥의 영웅들> <고성을 사수하라>
우리와 나 자신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부조리한 죽음의 상황은 무엇일까? 그 상황의 이유와 결과에 정말이지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어 허무하고 허탈하고 허깨비 같은 죽음. 멀쩡히 가게에서 파는 제품을 구입하여 쓴 결과로 사람이 죽고 성별이 살인의 이유가 되는, 이미 상상 따위 필요 없는 현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와 시인 자크 드뉘망이 말했듯
글: 박수민 │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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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엑소시스트>, <소서러>, <곡성> 악(惡)의 탐구
여러 의미로 무서운 데뷔작이자 그해의 영화였던 나홍진의 <추격자>(2008)를 심야에 보고 홀로 돌아가던 길을 기억한다. 서사의 내부 논리와 작동에 무리가 없는, 제목 그대로 시종일관 내달리는 영화였지만 영화가 끝나자 남겨진 감정은 ‘모호함’이었다. 놀랍게도 이 잘빠진 스릴러는 악(惡)이 끝내 처벌받아 나름대로 세상의 정의가 지켜졌다고 착각하게
글: 박수민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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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고질라>와 <신 고지라> 재난과 영화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지라> 새 예고편이 지난 4월13일에 공개되었다. 한마디 대사나 로그라인 없이, 사기스 시로의 묵시록적인 오라토리오가 깔리고, 명백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새로운 고지라의 모습이 몽타주로 지나간다. 그리고 무심하게 ‘7•29 [FRI]’ 개봉일
글: 박수민 │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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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인간의 고통, 배우의 얼굴
영화란 결국 무엇일까? 매번 되묻는 질문에 대한 지금 나름의 답. 결국, 영화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것. 영화만이 남다른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온 수많은 종류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인간의 고통 없이 가능한 영화는 없다. 있다면 사기다. 작가의 고통, 배우의 고통,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을 떠받치는
글: 박수민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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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도망칠 수 있을까?
지난해 말, 라디오헤드는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메리 크리스마스, 포스가 함께하길”로 끝나는 메시지와 함께 <007 스펙터>(2015)의 미사용 주제곡을 올렸다. 아름다운 곡이다. 반복해서 듣다보니 <007 스펙터>를 두 파트로 나눈, 만들어지지 않은 미지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샘 스미스의 곡을 쓴 파트1에서 스완(레아 세이두)이
글: 박수민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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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실패한 수색자들
대체로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과정을 기승전결의 서사로 풀어낸다. 물론 그렇지 않게 보이는 소설과 영화도 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일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는 소설이나 플롯과 스토리보다는 비주얼과 무드가 주가 되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 해도, 처음 수수께끼를 내고서 나중에 문제를 무효로 해버리는 방식 자체는 어쨌
글: 박수민 │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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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시네마 타령
마침내 영화를 찍는 법을 터득하는 감독이 있다. 지금 이 문장은 이상한 문장이다. 그럼 영화를 찍는 법을 끝내 익히지 못하는 감독들도 있다는 말인가? 수도원 같은 골방에서 홀로 포스 수련을 하는 이 오독의 남자는 영화를 무비(movie)와 시네마(cinema)로 나누는 편협한 개똥철학을 얘기해볼까 한다. 물론 ‘무비’가 다크사이드, 시스이고 ‘시네마’가
글: 박수민 │
201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