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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미녀가 야수를 죽일 수 있던 이유, <킹콩>
당대 관객에게 던진 시각적 충격이라는 점에선 피터 잭슨의 <킹콩>이, 그가 경배를 바치려 한 72년 전의 오리지널 <킹콩>에 미치긴 힘들 것이다. 9·11 이후의 영화적 구경거리가 진정으로 충격적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933년의 <킹콩>은 당대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긴 경지를 돌파한 것이었다.
잭슨의 <
글: 허문영 │
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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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욕심 많은 돈 주앙의 안타까운 몸부림, <브로큰 플라워>
뭐랄까, <데드 맨>이 조니 뎁의 영화인 것처럼, <고스트 독>이 포레스트 휘태커의 영화인 것처럼, <브로큰 플라워>는 빌 머레이의 영화이다. 그들 없이 그 영화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화들이다. 그의 할머니의 아버지로부터 인디언의 피를 물려받은 조니 뎁만이 인디언의 영혼을 따라서 저 머나먼 19세기 서부의 끝에 자리
글: 정성일 │
200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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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그러고보니 신기한 영화네! <나의 결혼원정기>
<씨네21>에서 다룬 <나의 결혼원정기>에 대한 대체로 호감어린 리뷰(김도훈), 그리고 제출된 불만(지고지순한 농촌청년에 대한 판타지, 전정윤)에 동의한다. 그래서 이 글은 영화의 상세 분석이라기보다는 <나의 결혼원정기>와 더불어 생각하게 된 몇가지 지점에 관한 것이다.
먼저 나는 이 영화가 탈북자를 서사 속으로 한번
글: 김소영 │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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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과거는 끝내 살아 돌아온다,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에는 이상한 반복이 두번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휴가 나온 상병 승영이 여관 욕조에서 자살했을 때 일어난다. 자살한 승영을 발견한 태정(승영의 제대한 고참이자 중학교 동창)이 피가 흥건한 욕조 옆에서 흐느낀다. 암전 컷으로 이어진 다음 장면에서 승영은 여전히 그 욕실에서 악몽을 꾸는 듯 눈 감은 채 벽에 기대 앉아 있고,
글: 허문영 │
200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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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한 예술가적 선택의 처참한 기록, <밥 딜런 노 디렉션 홈>
1966년 5월17일, 영국 맨체스터. 프리 트레이드 홀은 록을 공연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었다. 이 무대는 매우 고색창연했으며, 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공연하는 곳이었다. 영국을 순회공연 중이었던 밥 딜런은 그날 일부와 이부로 나누어서 공연하였다. 일부에는 밥 딜런 혼자 무대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를 들고 무대에서 그의 잘 알려진 일곱곡을 불렀다
글: 정성일 │
200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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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그녀의 복수극이 원하는 것은? <오로라 공주>
※이 글은 <오로라공주>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로라 공주>는 피눈물을 흘릴 만한 상실을 영화의 핵으로 취한다. 영화는 여자 복수극, 정확하게는 딸을 두었던 엄마의 복수극이다. 6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어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사건 이후 펼쳐지는 초강 복수극이다. 외제 자동차 딜러이자 싱글 마더인 정순정(엄
사진: 오계옥 │
글: 김소영 │
200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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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간교한 유혹의 기술, <시티 오브 갓>
2002년에 만들어진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빈민촌 ‘시티 오브 갓’을 무대로 폭력과 범죄의 아수라를 한 소년의 시선으로 묘사한, <펄프 픽션>과 <좋은 친구들>을 뒤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 타란티노도 울고 갈 가공할 만한 폭력 묘사와 거리에서 직접 캐스팅
글: 허문영 │
200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