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토피아로부터] 착함이란 무엇인가 “사모님이 참 착해”라고 기택이 말하자, 충숙은 “부자니까 착한 거야”라고 답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대사다. 이 대사가 나올 때 방금 본 영화의 기억을 더듬었어야 했다. 사모님은 순진하지도 착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다? 사모님 연교는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박 집사를 내보낼 때도 운전하는 윤 기사를 해고할 때도 다음과 똑같이 말했다. “적당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06-19
- [디스토피아로부터] 버티고 있습니까 봄. 문득 떠오른 스토리 아이디어 하나. 시나리오로 발전시키면 꽤 재밌을 것 같다. 이번엔 정말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 구조가 덜컹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대박 조짐! 입조심을 해야지. 함부로 누군가에게 말했다가 아이디어를 도둑맞을지도 모르니까. 가을. 진척이 안 되고 있다. 플롯은 나쁘지 않은데… 캐릭터가 문제인가?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06-12
- [디스토피아로부터] 걸어서 걸어서 지금껏 살면서 내게 어떤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늘 그게 충격이고 고민이었다. 오래 배운 피아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당연히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 확신했는데, 시내 아트홀에서 열린, 같은 반 친구의 손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연주를 접한 뒤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내 오랜 꿈을 스스로 접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렇다면 사실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06-05
- [디스토피아로부터] 왜 쓰는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을 초대하여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축제가 열렸다. 여러 소주제들의 포럼이 열렸고 그중 “왜 쓰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 사회자로 참여하게 됐다. 왜 쓰는가. 나 자신에게 줄곧 물어온 질문이기도 하다. 질문은 하나이지만 답은 매번 달랐다. 답이 매번 다르다보니 어쩌면 왜 쓰는가에 글: 심보선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05-29
- [디스토피아로부터] 부모 성을 함께 쓰는 이유 부모성함께쓰기를 한 지 벌써 이십년이 넘어간다. 사람들에게 처음 이름을 말하면 세번에 한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권김현영과 박이윤재가 결혼하면 아이 성은 박이권김 네 글자가 되나요?” 성이 길어지는 걸 걱정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좀 놀랄 정도였는데,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말씀드리곤 했다. “조한지영과 전영록이 결혼해서 두 아이가 태 글: 권김현영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05-22
- [디스토피아로부터] 시간 여행을 위한 나와의 약속 2005년 두 번째 백수 시절, 가을볕 좋은 어느 날. 책 한권 들고 마을 뒷산에 올랐다. 산이라고 부르기엔 높지 않아 딱히 이름도 없는 언덕배기에는 흔한 운동기구와 간이 정자가 있었다. 벤치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는데, 60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일회용 카메라를 건네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꽤 본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19-05-15
- [디스토피아로부터] 아직 괜찮지 않습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 관련 특강을 한 꼭지 맡아 하게 됐다. 글쓰기라니, 내가 들어야 할 강의인데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강의를 하나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제 와서 감독을 꿈꾸게 된 멋진 계기나 나만의 창작론 같은 걸 만들어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수업 내내 실상 나라는 사람이 예술과 글쓰기와 얼마나 거리가 먼 사람인지, 글: 윤가은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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