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읽기]
평론가 김봉석이 <구타유발자들>을 지지하는 이유
<구타유발자들>은 무척이나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대체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할까? 유일하게 여자인 인정? 지독한 폭력의 희생자인 고등학생 현재? 하지만 그들에게도 원죄는 있다. 인정이 교수인 영선과 함께 식사를 하고 외진 강가까지 따라온 이유는, 뮤지컬 오디션에 힘을 써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권력에 타협한 것 역시, 죄다. 현재는 알 수 없는
글: 김봉석 │
2006-06-21
-
[영화읽기]
누구의 진실을 말하는가, <카포티>
작가는 예민한 맹수 같은 존재다. 철창 안에 가둬놓으면 며칠 안 가서 죽어버릴 정도로 예민하지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만났을 때는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 존재. 트루먼 카포티가 그랬을 것이다. 1959년 11월, 카포티는 캔자스 홀컴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을 다룬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껴, 어린 시절의 친구인 하퍼 리와 함께 취재를 간다. 작은
글: 김봉석 │
2006-06-07
-
[영화읽기]
‘키노 아이’로 구축한 마음의 우주, <보이지 않는 물결>
펜엑 라타나루앙의 <보이지 않는 물결>에는 주인공 쿄지(아사노 다다노부)가 보스의 부인이자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자를 죽이고 홍콩에서 푸껫으로 떠나는 선박이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선박 시퀀스에는 인물이 배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그 흔해빠진 시점숏이 없다. 펜엑은 일반적인 영화라면 마땅히 존재할 숏을 생략함으로써 바
글: 안시환 │
2006-05-24
-
[영화읽기]
장애인? 활기찬 삶의 전범! <맨발의 기봉이>
이 영화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 효도를 다하며, 급기야 마라톤이라는 한계에 도전하여 인간승리를 이루어내는 감동(?)의 휴먼드라마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그는 장애인이 아니고, 둘째, 그의 보살핌을 ‘효’(孝)로 한정할 수 없고, 셋째, 그의 마라톤이 극한의 자기희생이 아닌 ‘행복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소수자’의 능력에 주목하
글: 황진미 │
2006-05-17
-
[영화읽기]
고통을 외면하는 순결의 환상, <도마뱀>
* 스포일러가 많이 있으니 유의해서 읽으십시오.
<도마뱀>을 기자 시사가 아닌 일반 시사로 보았다. 일반 시사에서 느껴지는 날것의 반응들이 더 흥미로울 때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아했다. 영화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후반에 이를수록 그 훌쩍이는 소리는 아예 영화 속 사운드의 일부가 되어버릴 지경이었다.
글: 남다은 │
2006-05-10
-
[영화읽기]
줄없는 줄넘기? 운동효과는 같다! <달콤, 살벌한 연인>
<씨네21> 549호 이종도 기자의 반론 덕분에 지면관계상 충분히 설명치 못한 내용을, 재반론의 기회를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한다. 아울러 도스토예프스키와 니체의 이름을 신성시하는 지식인 남성의 반론으로 말미암아, <달콤, 살벌한 연인>과 나의 ‘읽기’가 얼마나 남성 중심주의와 지식인의 자의식을 건드리는지 저절로 입증된 듯하
글: 황진미 │
2006-05-03
-
[영화읽기]
19살 소년의 실존적인 불안, <피터팬의 공식>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터팬의 공식>이라는 제목에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공존한다. 수학 공식에 맞춰 정해진 답만을 찾아내는 피터팬을 상상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듯, ‘피터팬’과 ‘공식’의 만남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쳐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다. <피터팬의 공식>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성장의 공식을
글: 안시환 │
200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