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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에서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 다카오는 한마디로 “직접 만든 신을 신고 다니는 소년”이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수제화를 선물해 같이 걷자는 청을 대신한다. 역시 교사와 학생의 사랑을 그린 <사랑니>에도 아름답게 연결된 신발 이미지가 있었다. 실연으로 눈물짓다 양호실에 지친 몸을 뉜 열일곱 소녀의
글: 김혜리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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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여름이라 괜찮아
<숨바꼭질>이 담은 한국 도시의 주거 공간은, 영화가 겉으로 들려주는 서사보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이미지로 웅변한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주희(문정희)의 집. 그녀는 쓰러져가는 복도식 아파트에 나름의 ‘펜트하우스’를 꾸미고 산다. 양문냉장고, 본차이나 찻잔, 액자에 든 복제화. 그녀의 집을 채운 가구와 소품은 중산층 인테리어의 처절한 모방이며
글: 김혜리 │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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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입체적인 영화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객차>(1862∼64, 맨 위)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3일>(1814, 위). <설국열차>가 기억에서 끌어내는 두점의 그림이다. 영화에는 그림으로 설국열차의 역사를 기록하는 화백이 등장하는데 그가 그린 ‘꼬리칸’ 사람들은 특히, 도미에가 즐겨 묘사한 고단한 노동자들을 많이 닮았다.
글: 김혜리 │
20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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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알약처럼 삼키는 영화
*7월2일치 일기에 <마스터>의 스포일러가, 7월4일치에 <사이드 이펙트>의 가벼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3년이 절반이나 남았지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뒤집어 입고 나오는 군데군데 해진 큼직한 흰색 반팔 티셔츠는 ‘올해의 영화 의상’ 부문의 강력한 후보다. 옷이 인물과 상황을 대변한다.
글: 김혜리 │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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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여주지 않는 그래서 알게 되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거인>(1808∼12. 고야의 제자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다)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방영에 이어 <퍼시픽 림>이 개봉하면서 부쩍 눈에 밟히는 그림이다. 도시를 부수는 거대 로봇과 괴수야 여름마다 보는 화상들이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짐승 냄새나는 스펙터클은 고야가 그린 몇몇 무서운
글: 김혜리 │
20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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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영화는 영화다?
<코스모폴리스>의 억만장자 에릭(로버트 패틴슨)은,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으로 벽면을 채운 텍사스주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을 통째로 사들이겠다고 억지를 부린다. ‘비매품’이라는 큐레이터(줄리엣 비노쉬)의 반론도 소용없다. 로스코 채플은 종교를 막론한 명상의 장소다. 미술사학자 제임스 엘킨스는 <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글: 김혜리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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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남의 침묵
* 6월11일치 일기에 <월드워Z>, 6월12일치에 <버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에는 켄트씨네 외동아들이 붉은 천을 망토처럼 두르고 강아지와 뛰어노는 회상장면이 있다. 아련해지는 대목이다. 동생과 나도 꼬마였을 때… 하고 추억에 젖다 어리둥절해진다. 가만, 우리는 슈퍼맨 흉내를 낸 건데 슈퍼맨이 아직
글: 김혜리 │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