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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어떤 은유 <오마르>
영화가 시작하면 한 청년이 밧줄을 타고 콘크리트 장벽을 능숙하게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청년이 2, 3층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들고, 청년은 반대편으로 미끄러지듯 줄을 타고 내려간다. 손바닥 상처를 슬쩍 바라본 후, 청년은 황급히 좁은 골목길로 도망쳐 한 집에 도착한다. 문을 두드리면 청년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
글: 윤웅원 │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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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개별작품보다 필모그래피 전체로 읽히는 홍상수의 세계와 다운스뷰 공원 프로젝트
2000년에 캐나다 토론토의 공군 비행장 부지를 이용해서 공원을 만드는 현상설계가 진행되었다. 렘 콜하스는 이 현상설계에 공원설계 계획안을 제안한다. 수많은 원과 선으로 구성된 그의 다운스뷰 공원(Downsview Park) 프로젝트는 ‘나무 도시’(Tree City)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배치도의 원들은 작은 숲을, 선들은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글: 윤웅원 │
201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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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바르셀로나 도시계획과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통제가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 도시들도 계획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거칠게 써보자면 미리 정할 수 있는 도로나 교량이나 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먼저 계획하고, 개인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건물의 용도와 크기를 제한하는 식으로 미래를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구체적인 도시의 형태를 블록으로 정해서 도시의 변화를 통제하는
글: 윤웅원 │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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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도시 속 공간을 서사의 도구로 사용하는 좋은 예 <소년 파르티잔> <김씨표류기>
영화에서 공간의 형태가 이미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 때가 있다. 아리엘 클레이만의 영화 <소년 파르티잔>(2015)이 그런 경우이다. <소년 파르티잔>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도시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중정으로 이루어진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쟁 중인 혹은 분쟁 후의 지역으로 보이는 도시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흔히 보이
글: 윤웅원 │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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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곡성>이 보여준 '현실의 조건'
“나는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보다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는가에 더 흥미를 느낀다.” -피나 바우슈
나에게 <곡성>(2016)은 몸짓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일본인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네발로 기어가는 행동, 무명(천우희)이 종구(곽도원)에게 돌 던지는 모습, 효진(김환희)의 악몽으로 뒤틀린 몸짓, 종구의 가위 들린 몸의 움직임, 좀비(?)
글: 윤웅원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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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현대 도시가 만들어내는 삶의 균열 <크로닉>
<크로닉>(2015)의 주인공 데이비드(팀 로스)는 말기 환자를 돕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환자를 알선해주는 업체에 소속되어 일 하고,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집을 방문해서 환자를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병세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죽음 이후를 다루는 장례와 관련된 많은 직업들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면,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호스
글: 윤웅원 │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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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더 랍스터>를 통해 이 낯선 세계 들여다보기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1992년 일본의 신건축 공모전 주제로 “스타일 없는 집”(House With No Style)을 제안했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주제의 이 공모전에서 요스케 후지키는 100개의 평면 카탈로그를 제안해 당선한다. 100개의 평면들 모두는 각각 지붕이나 화장실, 창문이 없는 등 어떤 ‘결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결여는
글: 윤웅원 │
201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