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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2020년 11월 10일은 김민식 작가의 칼럼 때문에 난리가 난 날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썼고, <한겨레>도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쓰고 칼럼을 삭제했다. 물론 작가의 사과문은 여전히 비판받을 만했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에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보이긴 했다.
문제의 칼럼은 무려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을 달고 아버지의
글: 김겨울 │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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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떻게 먹고사세요?
시내의 한 작고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점을 지날 때나 볼일이 없을 때도 근처에 일이 있으면 종종 들러보곤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결국’이라는 건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은 그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던 십수년 전부터 있었다. 손님이 많진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기도 해서,
글: 이동은 │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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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고요 속에서 배우기
어릴 적, 피아노학원에 다니는 일은 거의 형벌이었다. 폐소공포증을 일으킬 만큼 비좁은 방, 7살의 나는 내 몸집보다 몇배나 큰 피아노와 독대한다. 선생님은 한번 연주할 때마다 획을 하나씩 그어 ‘바를 정’자 네개를 완성하라 했지만, 나는 그저 건반 위에 엎드려 있다. 내가 만드는 소음도 버거운데, 옆방 애도 나만큼이나 소질이 없다. 너무 시끄럽다. 나는 인
글: 오혜진 │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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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금 여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이 근본적인 모멸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임신한 엄마의 배를 누군가 허락 없이 만지던 때부터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엄마의 결혼식에서 엄마의 아버지가 아빠에게 엄마를 ‘넘겨줄’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할머니 집에 찾아가면 엄마와 큰엄마들이 허리가 부러지게 일하고는 작은 상에서 따로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글: 김겨울 │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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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생리하는 몸
나에게는 자궁이 있다. 올해 초, 나는 미레나 교체 시술을 받았다. 미레나는 매일 일정량의 황체호르몬을 내보내는 루프를 자궁 내에 삽입하는 피임법이다.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무월경이 있다. 무월경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엄연히 부작용이지만, 이 부작용에 당첨(?)된 다음부터 내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나는 본래 정확히 28.5일
글: 정소연 │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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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물은 셀프, 이발도 셀프
2년째 머리털 정리를 스스로 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랬다. 더운 날씨에 머리를 더 짧게 자르면 시원하지 않을까 싶어서 반삭발을 결심했는데,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는 일이라면 굳이 전문가의 손에 맡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전기이발기를 알아보고 주문했다. 덕분에 ‘바리깡’은 프랑스의 제조 회사 이름인 바리캉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사람이 쓰는 전기이발기와
글: 이동은 │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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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말을 지키는 마음
이기호는 간첩날조사건이 횡행하던 1980년대를 재현한 소설 <차남들의 세계사>에서 주인공 ‘나복만’을 고아이자 문맹으로 설정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그날’ 주인공 ‘만섭’이 광주에 간 이유를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수많은 관객이 “내가 연희다!”라고 외칠 만큼 공감을 얻은 영화 <198
글: 오혜진 │
202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