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겨울서점에는 아주 진지한 주제의 영상이 올라갔다. 내가 삶에 근본적인 회의가 들 때 읽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삶의 의미에 관한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던 입장에서 사람들과 내밀한 경험을 나누는 의미 있는 영상이 될 것이었다. 내밀한 만큼 그동안 만들지 말지를 두고 고민한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서점의 상황으로 보든 시기적인 측면으로 보든 이제는 이런 영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고, 비정기 시리즈로 영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올린 지 5일 만에 1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은 400여개 이상, 좋아요는 5천이 훌쩍 넘어갔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책을 다루는 영상이 이 정도의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사람들이 영상의 주제에 반응했고, 내용에 공감했다는 뜻이었다. 댓글의 내용도 하나같이 진지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절절한 진심과 경험을 털어놓았다. 서로가 서로의 댓글을 읽으며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 영상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오히려 거뜬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악성 댓글이었다. 유튜브 경험 약 5년, 영상을 만들면서 이미 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악성 댓글이 예상됐다. 아마 가장 달릴 가능성이 높고 위협적인 댓글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뭘 모르는 사람들로 매도하거나, 배부른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거나, 오만한 자의식 과잉 환자들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일 터였다. 역시 영상이 올라간 뒤 정확히 3일 후부터 이런 댓글이 하나둘 출몰했다. 어쩜 예상을 한치도 빗나가지 않는담.
내가 혼자 그런 말을 듣고 말면 그만인데, 이 영상은 다른 영상과 달리 유난히 시청자들의 반복적인 참여가 많았다. 한번 본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들어오면서 영상을 또 보고 새로 달린 댓글을 읽었다. 처음 들어온 시청자들도 적극적으로 댓글을 읽고 달았다. 나를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위해 댓글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최신 댓글을 잘 확인하지 않는 다른 영상과 달리 이 영상은 댓글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쓰는 댓글과, 사람들이 모르는 뭔가를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으며 그걸 지적하고 사람들을 비난하는 데에서 지적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댓글은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반드시 티가 난다. 글은 무서울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댓글로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는 자리에, 너희들의 어리석은 정신머리나 점검하라는 식의 글을 쓰는 일은 하나도 지적으로 우월하지도 않은 데다가 오히려 자신이 제시하는 해결 방법의 설득력을 스스로 깎아먹는다. 상처주기를 목표로 글을 쓰는 사람의 어디가 우월할까. 그런 사람들이 일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매주 영상을 올릴 때마다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