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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배창호 감독의 영화 소개에 가슴 뭉클 <길>
<길> 시사회장에서 배창호는 자신도 영화를 몇년 만에 본다고 했다. <정> 때와 달리 그는 사뭇 들뜬 모습이었다. 배창호가 시스템 밖에서 고독한 작업을 펼친 지 이제 10년이다. 과거 화려한 시절을 누린 그가 자칫 옹색한 처지를 곰삭힌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길>은 참으로 고요하고 속되지 않은
글: ibuti │
200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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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지금 이곳, 게이문화에 관한 인류학적 기록, <후회하지 않아>
여기는, 멀쩡한 퀴어영화를 만들고도 감독이 먼저 ‘절대로 동성애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우기는 이상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송희일은 <동백꽃> DVD 인터뷰에서 ‘성적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언급하는 사람이다. 그의 존재감이 대단할 수밖에 없으며, ‘정통 퀴어 멜로’를 표방한 <후회하지 않아>는 가장 용기있고 통쾌한 한국
글: ibuti │
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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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다큐멘터리스트의 의로운 작업, 4900만 관객을 기다린다 <송환>
전체로서의 역사가 아닌 한 시기, 그러니까 <송환>의 완성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평가해보면 역사가 항상 진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남과 북의 수반이 만나 손을 잡고,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녘으로 떠난 뒤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오래전 분단을 획책한 세력이 여전히 통일을 가로막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하지만 <송환>
글: ibuti │
200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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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고통의 현실에서 피어난 소녀의 상상, <판의 미로>
기예르모 델 토로는 1940년 전후의 역사적 비극으로부터 끈질기게 악의 근원을 찾아낸다. 그는 간혹 그것과 만화적 상상력을 결합하기도 하지만,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에 이르러 프랑코 독재 시기를 통과하는 소녀에게서 선과 악의 대결과 순수의 파괴를 그려내며 <악마의 등뼈>를 넘어 빅토르 에리세와 카를로스 사우라의 작업에
글: ibuti │
200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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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 해석에 대한 또 다른 기적, <갇힌 여인>
만약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서사와 서정에 그쳤다면, 이 위대한 소설의 가장 뛰어난 영화적 해석은 라울 루이즈의 <되찾은 시간>이었을 게다. 그러나 한해 뒤, 샹탈 애커만의 <갇힌 여인>이 한 남자의 심리의 가장 아래 층위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묘사하면서 프루스트 해석의 또 다른 기적을 이뤄냈다. 애커만
글: ibuti │
200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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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따라가면, 사랑에 관한 가르침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
고이즈미 다카시는 <데루수 우잘라> 이후 구로사와 아키라의 곁에서 20년 가까이 조감독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라면 구로사와가 대규모 사극에 열중할 때인데, 고이즈미는 웅장한 사극보다 <마다다요> 같은 드라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구로사와의 유작 시나리오 <비 그치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구로사와의 영화에 함께
글: ibuti │
200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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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입장이 결여된 9·11 재연의 문제, <플라이트 93>
<플라이트 93>의 제작에 동의한 9·11 희생자 유가족 중 한명은 ‘왜 그렇게 빨리 영화를?’이라는 반응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한다. 9·11을 다룬 영화의 제작 시기는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른다고 결정한 폴 그린그래스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러니까 ‘언제’가 아니라 ‘왜’였다. 질문에 답하기 위한 그의 선택은 2001년 9월11일에 U
글: ibuti │
2007-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