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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사진의 존재론으로 구성된 디지털의 세계
흔히 뤼미에르 형제를 영화의 아버지라 부르나, 사실 영화에는 또 다른 조상이 있다. 바로 필름에 붓칠을 했던 멜리에스다. 멜리에스와 뤼미에르 형제의 동영상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멜리에스의 것이 손으로 그린 환상이라면, 뤼미에르 형제의 것은 기계로 찍은 일상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멜리에스의 동영상이 환상의 오락으로 남으려 했다면, 뤼미에르 형제의 것은 엔
글: 진중권 │
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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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팀 버튼의 어린이 되기
<가위손>은 히에로니무스 보시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중세의 환상적 전통을 잇는 이 네덜란드 화가는 광물, 식물, 동물, 인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쾌락의 정원>에는 사람의 몸통을 한 새만이 있는 게 아니다. 칼날이 두귀 사이에 붙어 있는 모습의 괴물도 있고, 투구와 같은 금속성 머리를 가진 생물도 있다. 이로써 유기물과 무기물의
글: 진중권 │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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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시뮬라시옹으로서의 대통령
“거대한 군부 조직과 비대한 군수산업의 결탁은 미국의 체험에서 새로운 것입니다. 이들의 경제적, 정치적, 심지어 영적 영향력의 총체를 모든 도시, 모든 주정부의 청사, 연방정부의 모든 사무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정부의 위원회에서 이 군산복합체가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잘못된 권력이 발흥할 재
글: 진중권 │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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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정상적인 이상함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붉은 장미. 친절하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소방대원. 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길을 건너는 어린이들. 방에서 범죄영화를 보는 여자. 그리고 뜰에서 잔디에 물을 주는 남자. 백인 중산층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 물을 주던 사내는 목덜미를 움켜쥔 채 쓰러지고, 개가 달려와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린 호스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는다.
글: 진중권 │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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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자유의지의 할리우드적 패배
2054년 워싱턴은 고대의 그리스로 돌아간다. 거기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세명의 예지자. 이들은 도시국가의 존속을 위해 신탁을 내려주던 델피의 무녀들을 닮았다. 미래를 예언하던 원형의 신전은 범죄를 예견하는 원형의 수조로 돌아온다. 델피의 무녀들에게 신성한 힘을 준 것이 땅속에서 솟아나는 가스. 미래의 무녀들에게 신통력을 준 것은
글: 진중권 │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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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제3의 장르?
영화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술의 이름을 하나씩 외워야 하나보다. 이번엔 ‘퍼포먼스 EOG 캡처’라고 한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문제로 지적됐던 이른바 ‘데드 아이 신드롬’을 극복하고, 살아 있는 인간의 눈동자를 자연스럽게 재현했다나? 그리하여 제작자는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영화도 아닌 ‘제3의 장르’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했단다.
글: 진중권 │
20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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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우리는 디지털 가상 세계의 좀비들인가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소년. ‘폴라 엑스프레스’를 타고 산타와 엘프의 고향 북극으로 여행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크리스마스를 믿게 된다. 차장이 그의 티켓에 펀치로 뚫어준 낱말도 ‘믿어라’(believe).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산타가 보낸 선물은 썰매에 다는 방울. 속이 빈 방울의 소리는 어른들 귀엔 들리지 않는다. 산타를 믿는 아이들의 귀에만
글: 진중권 │
2007-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