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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괴물의 추억, <슈렉2>
아가씨, <슈렉2> 덕분에 그녀 안의 괴물과 화해하다멀쩡한 일상이 뒤뚱뒤뚱 굴러가던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니 익숙한 실루엣이 온데간데없다. 피부는 파충류처럼 초록빛으로 번들거리고, 눈코입은 방금 막 행성을 탈출한 듯 제각기 따로 논다. 몸은 거대한 애드벌룬처럼 옹골차게 부풀어 있다. 아무리 볼따구니를 꼬집어도 아픔은 소름끼치게 생생하다. 그렇
글: 정여울 │
200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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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앙칼진 근대인의 불안, <트로이>
건달, 그리스와 신이 사라진 <트로이>를 보고 근대인의 히스테리를 읽다고대 그리스인은 왜 그리 많은 신들을 발명했을까? 그 속내를 알 순 없지만 민주주의를 발명한 사람들이니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유일신은 독과점의 안락함에 빠져 천상에 가부좌를 틀고 인간세계를 가만히 구경만 할 것이다. ‘주여 이제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고 간청해도 꼼짝하지
글: 남재일 │
200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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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경계에 핀 들꽃
아가씨, <트로이>와 <칼의 노래>에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사랑을 보다영화 <트로이>에는 ‘아’와 ‘적’을 가르는 경계가 철조망이나 전선에 있지 않음을 읽어내는, 뜻밖의 삐딱한 시선이 있다. 멀리서 경계를 응시하면 경계는 이음새 하나 없이 정교하다. 그러나 경계를 껴안고 뒹구는 이에게는 경계 표면의 하찮은 ‘기스’ 하나도
글: 정여울 │
200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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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홍상수라는 화두
건달, 남자의 비애를 고해하는 홍상수를 연민하다
맹수는 풀을 씹을 수 있는 이가 없다. 고기를 먹는 데 쓰는 기다란 송곳니는 풀을 씹는 데는 장애물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맹수의 사냥은 운명이다. 사냥하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한다는 불안과 사냥의 고단함 끝에 주어지는 고기 맛. 맹수는 고기 맛에 감각적으로 몰입할 때만 불안을 잊을 수 있다. 초식동물은
글: 남재일 │
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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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팜므파탈의 힘
아가씨, 좁은 페미니즘과 어설픈 마초주의를 벗어나는 여성들에 관해 생각하다영화의 스토리는 쉽게 희미해지지만, 여배우의 사소한 몸짓과 날것의 표정만이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질투는 나의 힘>의 하숙집 딸이 그렇다. 한 소설가는 그녀를 “아무리 모욕해도 결코 자살할 것 같지 않은 여자”, “그 하찮음이 우주의 무게와 맞먹는 여자”라 분석한다. 그
글: 정여울 │
200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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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그 이발소에 가고 싶다, <효자동 이발사>
건달, <효자동 이발사>에서 포스트-386의 희망을 보다효자동 이발소에 가고 싶다. 안마사 문소리 때문이 아니다. 송강호에게 머리를 깎아보고 싶어서이다. 대한민국 일번지 강남의 이발소들이 가위를 버린 지 오랜 이 땅에 가위 하나로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효자동 이발사 아저씨. 그에게 머리를 맡기면 좌우 어느 쪽으로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철사 같은
글: 남재일 │
200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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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날자, 훨훨 날아보자, <인 더 컷>
“네 몸 속에는 교통경찰이 있어.”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이다. 무너져내릴 듯 바스러질 듯하다가도 끝내 망가지지 못하는 나의 희미한 ‘범생이’ 기질을 말함일까. 그 교통경찰의 호루라기를 빼앗고 오토바이 타이어에 펑크도 내고 싶지만, 몸은 매번 제자리다. 그래서 난 더더욱, 변화하는 것들에 넋을 놓는다. 특히 ‘불혹’을 넘은 나이에 무언가에 진정 ‘혹’해버리는
글: 정여울 │
200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