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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불량한 경험
한 대학에서 기말시험 감독을 하다 겪은 일이다. 한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면서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학생은 낮은 목소리로 “선생님, 제 앞자리의 두 학생이 시험 시작부터 커닝 페이퍼를 보고 있어요”라고 했다. 나는 학생이 알려준 자리를 주시했다. 과연 그랬다. 한참 관찰하다 현장을 덮쳐 ‘범행도구’를 압수했다. 그
글: 남재일 │
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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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자주국방 대 한미동맹?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한국사회 내부의 성별, 계급, 지역 등 권력관계가 반영되게 마련이다. 성희롱은 ‘sexual harassment’의 번역인데, 여성의 시각에서는 오역에 가깝다. ‘harass’는 의도를 갖고 반복적으로 괴롭힌다는 뜻이지만, 장난과 비슷한 ‘희롱’으로 번역되면서 의미가 사소화되었다. 말 자체가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데다, 한국
글: 정희진 │
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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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노예와 사이보그
<친구>를 비롯해서 한국 학교 시절을 묘사하는 영화들을 보면 한국 학교가 정말 이렇게 폭력적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많은 학교는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폭력이 가득 차 있는 모양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즉 몸과 마음을 나라를 위해 바쳐야만 하는 강제는 학생이든 교사이든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군대에서 복종을 배운 교사들은 가끔
글: 강미노 │
200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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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바다이야기
십수년 전 호텔 파친코를 일제 단속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사회부 말단 기자여서 이런저런 취재에 동원됐다. 도박중독자의 자구모임인 ‘단도박’ 회원 몇몇을 취재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40대 중반의 K씨. 그는 슬럿머신 중독이었는데, 도박 경력이 20년이었다.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는 회식을 마치고 직장 선배와 함께 파친코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
글: 남재일 │
20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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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된장녀’와 탈식민주의
스타벅스 본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스타벅스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37개국에서 1만178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단한 글로벌 기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익 배분은 그다지 전 지구적이지 않다. 개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이 없는 스타벅스는 본사가 모든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 따라서 순익도 미국 본사가 독점한다.
글: 정희진 │
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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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나도 모르는 깃의 날개
요즘 독일 신나치들은 말 그대로 색다른 편법을 쓴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그들은 더이상 빡빡머리에 공군화, 달라붙는 청바지와 군 점퍼가 아니라 힙합패션인 헐렁한 바지, 다양한 색깔의 윗도리, 운동화 등을 입고 다니며 체 게바라 티셔츠나 팔레스타인 스카프까지 장식해 좌파나 기타 청소년 집단들과 구별하기 어렵게 위장한다고 한다. 신나치들의 이러한 일종의 의태는
글: 강미노 │
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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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일상의 괴물
엉뚱한 얘기지만, 영화 <괴물>에는 세 마리의 괴물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몹시 굶주린 괴물로 모양이 얄궂다. 거대하지만 날렵한 유선형 몸매에 발과 꼬리는 공룡 같고 입은 어떤 형체도 삼킬 수 있게 입체적이다. 체력과 운동신경도 발군이다. 강변을 뛰는 육상 같은 기본종목은 물론 고공다이빙과 수영, 철도 난간을 잡고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고난도의 기
글: 남재일 │
200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