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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나는 문화적 도발을 꿈꾼다, <블레이드 러너>
나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하는 말 대부분은 “야! 나 너 누군지 몰랐어. 너무 변해서 못 알아봤어. 아이라인 보고 알았다 야!”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내 취향은 주로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외향적인 모습이나 행동거지, 또는 말투 등이…. 물론 나라는 특이한 캐릭터가 혼
200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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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너와 나의 20세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서른한살이었다.
당시 나는 영국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 소속된
촬영감독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나와 나의 팀은
1737년 금괴를 싣고 아라비아해에 침몰한
영국상선 인양작업을 촬영하기 위해
인도의 뭄바이에 수개월간 머물고 있었다.
우린 뭄바이 시내의 작은 외국인 클럽에서 처음 만났
200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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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그 겨울의 열정, 그리고 눈물, <닫힌 교문을 열며>
필자가 원고청탁을 받은 것은 월요일 밤이었다. 지난 추석 때 못 간 성묘를 다녀오느라 난 무척 지쳐 있었고, 이른 시간(영화인들에게 밤 10시는 무척 이른 시간이다. 일을 하든 시나리오를 쓰든, 또한 일의 연장임을 빙자해 술을 먹고 있든 말이다)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잠이 덜 깬 상태임에도 기자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쓰겠다”라고 대답
20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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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의심하라, 의심하라,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10년을 살던 안동에서 대구로 전학을 온 고등학교 시절, 내 유일한 즐거움은 대학가에서 불법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 1300원의 돈을 지불하면 따끈한 차 한잔과 개봉도 안 한, 커피보다 더 따끈한 영화 세편을 하루종일 볼 수 있었다. 남들보다 먼저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를, <지존무상>을, <첩혈가두>를(그것도 편집
20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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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삶에 희망걸기, <하나 그리고 둘>
“영화가 좋아요?”
“왜 영화가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뭐예요?”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예요?”
다른 사람들의 궁금증이 이쯤 되면 난 내가 영화와 관련된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후회하게 되고는 한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들에게 설명하고 이야기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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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영혼을 강타한 사막의 선율, <파리 텍사스>
나의 대학 시절은 유난히도 길고 아팠다. 낭만보다는 이념이 앞섰고 문학보다는 철학이 먼저였다. 그 흔한 미팅 한번 못해봤고,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언제나 분노와 열정에 사로잡혀 있어야 했고 나의 삶보다는 역사의 현실이 전부였다. 오랫동안 꼭꼭 숨겨두었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에게 살포시 내어주고픈 아름다운 추억일랑 아예 기억에 없다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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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사카린 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애정만세>
‘오늘은 기필코 한놈 건져 보리라.’ 2001년 9월 어느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황급히 컴퓨터를 켠다. 채팅사이트가 뜨자, 밀려들던 졸음이 후딱 달아나버린다. 먼저 ‘지역’과 ‘나이’를 입력한다. 경기, 30.
다음은 닉네임을 정하는 순서. 머뭇거린다. 머리 속에서 온갖 단어들이 다툰다. 먼저 ‘파졸리니’가 떠오른다. 안 돼, 이 닉을 썼다간 어제처럼
200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