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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한국영화 속 북한, ‘실재’가 없네
<포화속으로>를 보며 난 초등학생 때 읽었던 만화책 한권이 떠올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충성>이라는 제목의 만화였는데, 한 어린 학도병이 북한 탱크에 수류탄을 던져놓고 함께 전사할 때가 그 하이라이트였다. 그리고 아들의 편지가 어머니에게 전달되는 장면이 에필로그로 덧붙여 있었던 것 같다. <포화속으로>는 마치 25년 전
글: 안시환 │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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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순진과 냉소사이 [2]
계층간의 대립구도에는 관심없어
몽룡이 귀향한 뒤, 변학도를 이용해서 춘향과 미담을 공모한다는 이 영화의 설정이 실은 전면적으로 새롭지는 않다. <춘향전>에서도 암행어사 출두를 알리기 전, 귀향한 몽룡은 거지꼴을 하고 나타나 신분을 속이고 이야기를 꾸몄다. 혹은 그 자체로 미담인 암행어사 출두의 성공을 위해 그는 잠시 선의의 거짓을 빌렸다. 말
글: 남다은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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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순진과 냉소 사이 [1]
<방자전>의 흥행을 둘러싸고 시나리오의 힘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감독이 데뷔전까지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했던 이력이 주는 신뢰, 그리고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춘향전>의 색다른 변주가 주는 감흥 때문일 것이다. 감독이 몇몇 인터뷰에서 한 말 중 가장 귀담아들을 내용 또한 유사하다. 그는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내가 감독
글: 남다은 │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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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유령들만 사는 세계 [2]
삶의 조건으로서 유령성
엄밀한 공간 디자인과 시각적 스타일을 통해 로만 폴란스키가 다루려는 것은 표면적인 진실이 아니라 캐릭터가 느끼는 심리적 진실이다. <유령작가>의 모든 사건은 주인공의 백일몽처럼 보일 정도로 그의 심리에 달라붙어 있다. 랭을 저격하는 퇴역 군인은 문득 유령작가가 머무는 모텔에서 말을 걸고, 황량한 섬에서 만난 노인은 뜬금
글: 장병원 │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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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유령들만 사는 세계 [1]
<유령작가>는 로만 폴란스키가 단속적으로 이어온 존재의 근원적 공포를 다룬 이전 대표작들을 계승한다. 서스펜스 구축의 고전적인 원리와 다채로운 이미지 직조술에 기초한 이 영화의 스타일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폴란스키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 그릇된 판단이었음을 입증한다. 어떤 면에서 <유령작가>는 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폴란스키 스타
글: 장병원 │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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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추락뿐인 계단 위에서 냉소하다 [2]
사라진 계급을 되살리려는 제스처
<하녀>를 계급에 관한 영화라 부를 때 왠지 불편한 것은 이것이 과연 계급간의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는가, 하는 것에 의문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두개의 계단을 통해 계급 이동의 불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단순한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중산층에 막 진입한 가족을 중심으로 했던 원작과 달리,
글: 안시환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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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추락뿐인 계단 위에서 냉소하다 [1]
<하녀>는 과연 계급에 관한 영화일까? <하녀>가 계급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대적으로 출현하는 계급간의 충돌과 대립을 다룬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하녀>가 이 시대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계급으로 환원될 수 없는 요소들과 함께 그것이
글: 안시환 │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