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의 영화]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우묵배미의 사랑>
“노력해라!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 그것은 실로 만고의 진리인데 게나 고둥이나 많이 써 닳아버린 그 말의 희소성 때문에 그 뜻의 효율과 진정성이 피보고 있다.” 듣기에도 좋고, 천만번 옳은 말이기는 한데 미안하지만 나는 그 말 절대 안 잡아준다. 설령 보편타당한 가치라 해도 내 경험적 기준에서는 성공한 자의 교시 내지는 자기들처럼 안 된 우리에 대
2002-03-13
-
[내 인생의 영화]
신도 용서하지 않는 죄, <유로파>
<유로파>를 본 것이 언제였더라. 92년 가을쯤이었던 거 같다. 인터넷에서 영화개봉 일자를 조사해보면 확실한 연도와 날짜가 나오겠지만, 찾아보지는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인생의 영화’란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나 정보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기초하여 그렇게 기억되면 그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의지하자면 <유
2002-03-06
-
[내 인생의 영화]
웃거나 혹은 구라치거나, <라쇼몽>
생각해보면 상영관에서 처음 영화를 접한 것이 중학교 시절 같다. 중간고사인가 기말고사인가 끝난 뒤 단체로 교복을 입고 영등포 어느 극장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옆 친구와 도시락 반찬을 비교해야 했던 나에게는 영화 속의 사랑이나 환상이 시
2002-02-27
-
[내 인생의 영화]
음지에서 건진 통쾌함이여! <마스카라>
지난해 하리수의 등장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왔다. 그녀는 국내 트랜스젠더 연예인 원조로 부각됐고, <노랑머리2>는 트랜스젠더 배우를 내세운 첫 번째 영화로 일컬어졌다.
물론 누가, 혹은 무엇이 처음이냐는 기록을 두고 소모적 논쟁을 하는 것은 분명 바보짓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약 7∼8년 전에 이미 국내에서 실제 트랜스젠더를 내세운 <
2002-02-20
-
[내 인생의 영화]
당신은, 뭘 어쩌겠다고 살고 있소? <매그놀리아>
영화를 참 좋아했다. 대학생 때는 영화서클도 만들고 작지만 영화적 운치가 있었던 8mm필름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굳이 구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컬트영화 비디오들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울렁임들이 동요했던 많은 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나는 점점 영화가 재미없어지고 있다. 기껏해야 킬링
2002-02-06
-
[내 인생의 영화]
거기서 멋진 연애를 한 거죠? <전망 좋은 방>
오늘 그와 함께 본 영화는 정말 너무 환상적이었다. 그 영화를 생각하니 그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일들이 추억이 되어 밀려든다. 뭐 이런 얘기를 나도 가끔은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화와 관련해 내겐 특별히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남자와 영화를 본 적이 없느냐고? 물론 그건 아니다. 여러 번 남자와 영화를 본 적 있다. 그렇다면 좋은
2002-01-30
-
[내 인생의 영화]
그 멀고, 아찔한 푸르름의 세계, <그랑 블루>
대학교 2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문민정부라는 화려한 외피를 쓰고 김영삼이 정권을 잡은 직후였고, 대학은 조용했고, 학계에서는 ‘포스트’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90%에 육박했고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노동절 행진을 했다. 스무살이었지만 그 무엇에도 강렬하게 매료되지 않았고 무언지 모르게 나는 잔뜩 억울해하고 있었다.
그
200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