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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은형의 오! 컬트, <로얄 테넌바움>
<로얄 테넌바움>을 쓰는 참에 방금 이 영화 O.S.T 앨범의 속지를 읽었다. 음반을 산 지 반년이 더 됐는데 속지를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맨 뒷장에 감독인 웨스 앤더슨이 글을 써놓았다. 생각보다 글이 흥미롭다. 실은 썰렁하다.
웨스 앤더슨은 영화나 음악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마지막 부분에 음악감독의 감상을 한줄로 인용하긴 했
글: 김은형 │
200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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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오!컬트,<플레전트 빌>
그렇다. 사랑을 하면 색을 쓴다. 마음에 두었던 사람을 마주 대하면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뜨고 외출을 할 땐 옷장을 몇번이나 뒤져서 분홍색 원피스라도 찾아내야 만족하게 될 터이다. 군인 아저씨가 쓰는 무표정한 편지지보다는 꽃편지지가 좋고 검은색 볼펜보다는 은근한 색이 좀 있어줘야 사랑고백도 그럴싸하게 나올 터이다. 격렬한 사랑을 나누면 얼굴에는 복숭아색이
20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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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은형의 오!컬트 <트윈픽스>
언제나 양지를 지향하는 나는 “음울한”, “기괴한”, “모호한” 따위의 말을 싫어한다. 당연히 그런 분위기도 싫다. “아늑한”, “청량한”, “유쾌한” 등의 말로 수식되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전에도 밝힌 것처럼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온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트루먼의 동네나 레이스 커튼 달린 집에서 레이스 달린 앞치마를 입고 다정
200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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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오!컬트 <어둠 속의 댄서>
설마 빌이 그럴 줄은 몰랐다. 언제나 친절한 이웃이었고 게다가 건실한 경찰관이었던 빌이 고작 아내의 과소비 때문에 돈이 궁해졌다고해서 셀마의 그 소중한 돈- 아들의 눈 수술을 위해서 중노동으로 푼푼히 모았던 그 돈을 훔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 여기도 또 시작이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고단한 일상만으로도 모자라 또 나쁜 일이 생긴다. 꼬인다. 엎친데
200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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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은형의 오!컬트 <스몰 타임 크룩스>
<스몰 타임 크룩스>라는 영화를 봤다(흠흠, 나도 가끔씩은 남들이 안 본 영화를 본다. 가끔씩은…음…사실은 처음이다). 우디 앨런이 얼간이 같은 친구들과 은행을 털려다가 실패하고, 은행까지 가는 땅굴을 파기 위해 연막으로 만들었던 아내의 쿠키가게가 떼돈을 벌어서 엉뚱하게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여기서 비교적 비중없는 조역으
200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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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형태의 오!컬트 <플레이어>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풍경 때문에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어떤 산골에 마을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입소문이 퍼지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게 되면서 땅값이 오르고, 자본이 투입되어 마구잡이 개발로 대규모 리조트가 형성되고 깔끔한 도로와 위락시설들이 들어차게 될 것이다. 풋풋한 인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농부들은 집을 팔고 어디론가 떠나버렸거나 영악한 장
200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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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김은형의 오!컬트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내다버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갖기는 그런, 또는 어떤 상황으로 그렇게 돼버린 남자들과 대체로 이성친구가 되는 것 같다. 이런 친구들과는 서로의 애정관계에 대해서 조언하고 파트너를 구해주기도 하면서 "둘 다 몇살까지 결혼 못하면 우리끼리 해결하지 뭐" 하는 시덥잖은 농담도 곧 잘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마이클과 줄리언처럼.
200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