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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차이의 아름다움
교과서에 실린 텍스트들의 운명은 불행하다. 어떤 시도, 에세이도 그 사유의 구조와 언어의 향취를 우아하게 자랑하는 대신 입시용 도마 위에 얹혀 산산이 찢기고 분류당한다. 고등학교 시절, 어떤 시의 한 구절에 밑줄을 죽 긋고 그 의미를 묻는 시험문제가 있었는데, 나는 참고서가 가르쳐준 ‘보릿고개의 아픔’이 아닌 ‘봄날의 서정’이라는 ‘틀린’ 답을 기어이 적어
글: 김소희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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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현대판 제단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패션’은 ‘열정’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뜻이다. 어린 시절의 다락방이 기억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영어성경이 있었는데, 동판 혹은 펜화로 그려진 삽화가 딸려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나를 사로잡은 것은 예수 수난의 장면이었다. 17세기 바로크 사람들은 성당 벽에 걸린 잔혹한 순교의 그림을 걸어놓고, 거기서 은밀한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수난’
글: 진중권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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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교양(敎養)에 대하여
요즘 아이들은 싸가지가 없다. 고 말하자면,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특권에 대한 몰이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에 대한 몰이해로 시작되는 걱정은 잉카유물에서도 그 기록이 발견된다고 하니 ‘요즘 아이들 걱정된다’는 말은 인류의 전통이라고 할 만하다. 만, 오늘날의 문제는 단순히 버르장머
글: 김형태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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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다]
사랑한다면 혹은 사랑했지만
비가 오랜만에 촉촉하게 내렸다. 비가 내리는 한강철교를 차를 타고 건너노라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강물의 위용 앞에 숙연해진다. 딱히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도 잠수교 교각을 들이밀며 달려드는 한강의 물결 앞에서는 어딘가 왜소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데 비라도 퍼부으면 그 혼연함에 정신마저 아득해오곤 한다.그렇게 도도한 강물이 흘러가는 강변에서 <불
글: 素霞(소하)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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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우산 없는 세상
우리 주위의 물건들은 최소한 두 가지 상이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것을 통해 우리가 세계에 개입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읽는 텍스트로서의 기능이다. 예를 들어 우산은 비가 내리는 세상을 비에 젖지 않고 건너갈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인 동시에, 우산 디자이너의 생각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존재조건을 읽을 수
글: 안규철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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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사기의 카니발, <범죄의 재구성>
아가씨, <범죄의 재구성>의 유쾌한 열정을 질투하다한국은행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채를 상큼하게 찜쪄먹는 사기극, <범죄의 재구성>. 완전범죄를 위해 동원되는 현란한 미장센, ‘꾼’들이 서로에게 ‘접시를 돌리는’ 치밀한 두뇌게임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옴팡 털려버린 건 한국은행이 아니라 ‘나는 사기의 무풍지대에 살고 있다’는 소시민적 착각이다
글: 박초로미 │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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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DVD]
DVD부문 칸의 영광은?
칸영화제에 신설된 DVD부문의 후보작들이 발표되었다.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출시될 타이틀 중에서 관련업계의 추천을 받아 후보작들은 선출되었는데 그랑프리는 5월16일 발표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서플먼트로 중무장한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의 <캡틴 코난>과 M. 나이트 샤말란의 <식스 섹스>가 크리에이션부문을, 폴 모리세이의 뉴욕 언더그라
글: 조성효 │
200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