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의 영화]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유는? <가위손>
만약에라고 생각해보자.
만약에 당신 앞에 두개의 상자가 놓여 있다고 치자. 한 상자는 열려 있다. 이 안에는 만원짜리 한장이 들어 있다. 닫혀 있는 다른 상자에는 1억원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두 상자는 국내의 한 컴퓨터 회사에서 새로운 슈퍼 컴퓨터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놓여진 것이다. 이 컴퓨터는 사람의 마음과
2002-08-28
-
[내 인생의 영화]
청춘에 아로새겨진 강렬한 슬픔, <바보선언>
1983년, 감독 이장호 출연 이보희, 김명곤, 이희성때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아마도 가을 체육대회 날이었을 것이다. ‘질풍’과도 ‘노도’와도 전혀 관계없었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던 나와 친구 몇 녀석. 운동 잘하는 놈들만의 잔치였던 체육대회 따위는 우리 반이 지든 이기든 관심없었다. 단지 수업 안 하고 일찍 끝나서 영화 한편 볼 수 있다는 기쁨으
2002-08-22
-
[내 인생의 영화]
새로운 도전, 노년의 로망, <스페이스 카우보이>
뒤를 돌아보자면, <하얀 면사포>에서 마틸드, 그러니까 바네사 파라디의 죽음이 (정신적인) 나의 10대를 끝냈고, <나쁜 피>에서 오토바이 소녀, 줄리 델피의 눈물이 (역시 정신적인) 나의 20대를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취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996년 작고한 <마스카라>의 이훈 감독을 만나면서, 함께
2002-08-14
-
[내 인생의 영화]
영화 속, `나` 대입하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년감독 마이크 피기스출연 니콜라스 케이지가끔은,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얼 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음악을 그만두면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 빵집 아저씨가 되었을까? 글쎄, 걸어보지 않은 길이라 이 상상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듯하다. 스케줄에 쫓기고, 몸이 아주 피곤할 때, 스트레스
2002-08-07
-
[내 인생의 영화]
광주에의 귀환, <랜드 앤 프리덤>
무척이나 잔인한 여름이다. 광장과 거리로 뛰어나온 월드컵의 붉은 열기를 한 발자국 뒤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정치적, 그리고 정신적 허탈감에 널브러진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는 더욱더 여름이 잔인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 표현 방식이 만들어졌다는 발빠른 ‘문화평론가’의 언급에 쉽게 동의할 수도 없다. 과거의 경험과 현실을 견주어 다소 무기력해
2002-07-24
-
[내 인생의 영화]
그리워라, 알랭 들롱의 번들거리는 상반신이여, <태양은 가득히>
사실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한 영화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보았던 모든 영화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인생 깊숙이 박혀 있어 나는 그 내상을 모르고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 영화란 친구와 마주앉아 쉼없는 노가리를 까듯이 그렇게 시간을 죽이는 데 사용됐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기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교복 안에 갇히고 학교라는 무
2002-07-03
-
[내 인생의 영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디지`털`,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2001년, 감독 피터 닥터, 데이빗 실버만, 리 언크릭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좋은 기억 중 대부분은 디즈니와 관련된 것이다. 또래 친구들이 재패니메이션에 매료됐을 때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사람들이 주장해도, 나는 여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사로잡혀 있었다.
분명 <곰돌이
200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