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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마감 압박
아침 6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눈을 뜨다가 9시에 거실로 나와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다. 뭐라도 써보려고 주리를 틀며 앉아있다가 김혜순 작가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너>의 ‘초판 책머리에’와 ‘개정판에 부쳐’ 부분을 읽고, 텍스트 기획자이자 영화 도서 전문 편집자인 임유청의 <까마귀의 모음: 스몰
글: 김신록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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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풍경-얼굴
지금 시몽의 심장은 이 나라의 다른 도시로 이동 중이고, 그의 간, 폐, 신장도 다른 도시의 다른 몸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 조각나 버리면 이제 시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지구상에서 그의 그림자는, 그의 유령은 어떤 모습일까? 시몽의 심장이 낯선 이의 몸에서 뛰기 시작할 때 줄리엣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글: 김신록 │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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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이중(Double)
“책상에 오래 앉아 계시죠?”
“아니요. 저 정말 ADHD인가 봐요. 엄청 산만해요. 공부는 어떻게 했나 몰라요.”
잠깐, 난 정식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적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진짜 ADHD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는 게 아닐까?
“지리학과는 왜 선택하셨어요?”
“성적이 그 정도였던 거죠, 뭐.”
잠깐, 진지하게 지리학
글: 김신록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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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레디, 액션, 컷, 오케이!
레디!
새벽 2시, 비 오는 홍콩 거리를 레커차에 실린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달린다. 예상에 없던 비가 부슬부슬 내린 탓에 제작부 스태프 한명이 레커차에 올라타서 몸을 낮추고 숨어 있다가, 컷 소리가 나면 일어나 손걸레로 부리나케 차창을 닦는다. 잠시라도 비가 잦아드는 틈을 타 바로 슛을 가기 위해,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는 수완 없이 그냥 컷과 다음
글: 김신록 │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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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Mortality, 죽음을 피할 수 없음
오랜만에 엄마랑 통화를 했다. 추석 연휴 내내 공연과 촬영 일정이 겹쳐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있을 참이었는데, 마침 촬영 일정 한두개가 취소되는 바람에 통화라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엄마는 “아이고, 네가 시간이 좀 나서 이렇게 통화를 길게 하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통화가 길게 길게 이어진다.
“동네에 크고 좋은 노인복지관이 생
글: 김신록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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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흐물거리고 흘러넘치는 거대한 요괴의 몸뚱이
90살 넘은 어떤 할머니께서 접시에 담긴 홍시를 스푼으로 떠서 맛있게 드시며 ‘이런 귀한 건 없어서 못 먹어’ 하는 영상이 릴스에 떴다. 영상을 찍고 있는 딸이 지난해 가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홍시를 올여름 날 더울 때 하나씩 꺼내드린 것인데, 홍시도, 할머니의 입 모양도, 얼굴도, 기분도, 영상을 찍는 딸의 목소리도, 영상을 보는 내 눈도 마음도 다
글: 김신록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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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Endless
연출가가 ‘관객이 무대를 그냥 구경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가 아니라 인물이 무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1인극은 기본적으로 배우가 여러 배역을 오가게 되어 있어서 ‘저는 이런저런 배역을 수행하는 한명의 배우입니다’가 강력한 전제로 작동하는데 이런 전제 속에서 왜, 어
글: 김신록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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