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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차갑지만 현실적인 멜로드라마 <결혼은, 미친 짓이다>
●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영화들은 태반이 멜로드라마다. 어렸을 적에 흑백 텔레비전으로 본 ‘주말의 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 영혼이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 윤심덕의 애사를 통해 자의식과 시대 사이의 갭에 관한 두려움을 예감케 했던 <사의 찬미>
20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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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최근(2001년 가을-역자) 함께 개봉한 조엘과 에단 코언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는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모습을 벗어난 라이브 액션만화”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편 모두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보여주진 않으나, 공히 만화의 세계에서 곧장 빠져나온 듯한 작품들이다. 한편은 지독하게 비관적이고 또
20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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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집으로…>의 감동, 그 인공성에 관하여
● <집으로…>(감독 이정향)는 올해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문제작이라고 생각된다. 텍스트 외적인 차원에서 이 영화가 끼치게 될 영향만 예상하더라도 범상치 않다.산업적으로 이 영화는 <쉬리>(1999, 감독 강제규)의 역할에 필적하는 중요성을 갖지 않을까 싶다. <쉬리>가 주제나 형식상으로 적절한 흥행 코드를 배합
200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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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어둠 뒤, 멜랑콜리한 핏줄, 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
<로얄 테넌바움>은 올해 최고의 영화는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감사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에서는 성탄시즌에 개봉되었다- 역자).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며 시종일관 괴팍한 것이 도를 넘어 소중한 느낌을 줄 지경인 이 작품은 웨스 앤더슨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존재하지 않는 어떤 책을 원작으로 삼은 듯이
글: 짐호버먼 │
200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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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정성일의 <복수는 나의 것> 비판론 [1]
저 사람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악의 편견은 공허해져버렸다. 스스로 악이고자 했던 것은 일종의 선일 뿐이며, 악의 매력은 무(無)화시키는 힘에 집착할 뿐이므로 무화(無化)가 완성된 이후에는 그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악의는 ‘가능한 최대한으로 존재를 무(無)로 변모’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의 행위
글: 정성일 │
200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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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정성일의 <복수는 나의 것> 비판론 [2]
모두들 정시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원인과 결과 사이에 어떤 중재자가 들어온다. 이때부터 <복수는 나의 것>은 현실에서 실재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대신 원인이 괄호 쳐진 환상의 형식으로 후퇴하기 시작한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하드보일드가 아니라, 절대적 필연성에 사로잡힌 목적론의 세계이다. 또는 신비주의가 서술과정을 장악하고,
글: 정성일 │
200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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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국영화사의 전통과 단절한 ‘하드보일드’의 매력
● “신은 체스 두는 사람을 움직이고, 체스 두는 사람은 말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그 게임을 시작한 뒤의 신은 누구인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당신은 왜 폭력과 비극만 되풀이하는가?”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다. 한 감독은 평생 한 가지의 이야기를 수만 가지로 변주해 들려준다. 어떤 때는 잘되고, 어떤 때는 망치고…. 단지 멈추지 않을 뿐이다.”아벨
200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