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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홍기빈의 클로징] 성장 이후
‘성장 이후’(post-growth)라는 말이 있다. 20세기 후반의 전 지구적 산업문명은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되는 경제성장을 지상명령으로 최고의 조직원리로 삼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 극심한 불평등, 인구 위기, 사회 해체 등으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원리로 경제와 사회를 조직해야 한다.
글: 홍기빈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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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정준희의 클로징] 어느 부끄러운 사회과학자의 소심한 축사
나는 사회과학자다. 모든 관심은 사회에서 시작하고 모든 고찰은 사회를 개선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한국과 세계가 실로 대격변을 겪던 19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에 이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결정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결국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사회 안에서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내게 이
글: 정준희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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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클로징] 아름다워지고 싶은 본능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본능 아닌가요?” 최근 북토크에서 받은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의 저자로서 여러 독자들을 대상으로 북토크를 해왔지만 여자 고등학생들만 모인 자리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은 여자의 본능,’ 아름답게 꾸민 여성이 등장하는 수많은 뷰티 제품 및 패션 광고가 전해온 메시지다. 당연한
글: 임소연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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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수민의 클로징] 게임 체인저
내 기억 속 첫 번째 미국 대선은 1992년이다. TV 뉴스에 민주당 후보군이 소개되었을 때 후반부에 나온 한 젊은 후보를 보고 “대통령처럼 생겼네”라고 중얼거렸다. 이 비과학적 예언은 적중했다. 4년 뒤 맞이한 미국 대선은 ‘인생 선거’였다. 공화당 밥 돌 후보의 작은 정부론과 감세안이 복지국가의 원칙을 거스른다고 판단했고 이는 내 정책 체계의 1층에
글: 김수민 │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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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홍기빈의 클로징] 능력주의를 이야기하기 전에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이미 1958년에 능력주의(meritocracy) 사회가 어떤 디스토피아로 이어질 것인지를 절절히 경고했다. 부와 권력과 명예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분배가 철저히 각 개인이 가진 ‘능력’에 비례하여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 능력주의 사회의 이상이다. ‘공정한’ 사회일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행복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이제부터
글: 홍기빈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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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정준희의 클로징] 상실의 시대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바야흐로 한가위다. 두 단어로만 이뤄진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내 연식과 문화적 배경이 드러날 테다. ‘바야흐로’라는, 시의적절한 뉘앙스에 발음마저 유려한 이 단어는 구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문어체로도 잘 쓰이지 않는다. 한가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름을 끝내고 가을걷이에 들어간 시절의 풍요와 여유가 배어 있는 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진정성 있게 사
글: 정준희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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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클로징] 딥페이크 딥밸리
지난해 초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전시하는 인터넷 게시물에 유독 ‘대유쾌 마운틴’이라는 밈이 자주 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로봇공학 분야의 오래된 이론인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 가설’에 따르면 인공물은 어설프게 인간을 닮으면 오히려 불쾌감을 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가상인간의 이미지가 실제 인간의 사진처럼 보일 정도로 잘 만
글: 임소연 │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