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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전지현 망가뜨리는 영화들
‘킬러는 그 어떤 흔적도 남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는 매혹의 바리톤적 독백을 읊조리는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의 모습을 낱낱이 CCTV에 촬영당하는 킬러와, 최대한 자연스럽고도 은밀하게 범죄집단의 아지트를 감시코저 매일 똑같은 사복 경찰스러운 복장으로 매일 똑같은 자리에 나타나 매일 똑같은 사람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며 자리잡
글: 한동원 │
200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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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제목도 리콜이 되나요, <돈 컴 노킹>
외화 제목 번역의 유파는 크게 ①번역파 ②창작파, 그리고 ③이두향찰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 첫 번째인 번역파는 별다른 꺾기없이 온건하게 제목을 번역하는 유파로서, <브로드웨이를 쏴라>(<Bullets over Broadway>),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글: 한동원 │
200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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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메이드 인 차이나, <무극>
이제야 워낙 보편화됐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도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중국제’는 싸구려의 대명사 같은 거였다. 십대 시절 가슴 뿌듯하게도 ‘소니’라고 새겨진 미니카세트를 사고는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모서리에 조그맣게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적혀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배신감이라니. 젠장! ‘메이드 인 파키스탄’이나 ‘메이드 인 베네수엘라’는 참을
글: 김은형 │
200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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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어느 빛바랜 왕국에 대하여, <치킨 리틀>
디즈니. 이 이름 석자는 소싯적 우리의 일요일 아침을, 말 그대로 ‘지배’하는 이름이었다. 요즘 같이 각종 채널 사방에 범람하기는 커녕 전세계에 TV 채널이 딱 3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그 시절에, 설날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그냥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어준 최고급 디즈니산 만화는 대박 중의 대박일 수밖에 없었다. 도날드에서부터 밤비까지 아우르는 그 다채로
글: 한동원 │
200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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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연기의 정석 1장 - 발성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 역시 남자라면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든다 기자라면 경찰서 출입을 해봐야 한다든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뭐뭐라면 뭐쯤은 해봐야 하는 말은 실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으로 빚어진 권위주의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배우라면 연극을 해봐야 한다는 말에는 약간 다른 맥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뭔가 와일드한 냄새는 나지 않
글: 김은형 │
200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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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마지막 설탕 한 스푼, <왕의 남자>
무릇 내공이라 함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물론 각종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에게 내공이란 다름 아닌 ‘쓸따리 없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그림을 그릴 때는 얼마나 화려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는가보다 언제 그리기를 멈출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요, 글을 쓸 때는 어떤 이야기를 써내는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쓰지 않는가가 더 중
글: 한동원 │
200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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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핑계가 중요하다, <브로큰 플라워>
2006년의 태양이 저만치 중천에 올랐고 개띠해를 맞이해 개같이 살자(좋은 말이다, 충직, 정직 이런 거)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메아리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브로큰 플라워>가 좋다. 비문임에도 이렇게 쓴 이유는 <브로큰 플라워>가 새해가 돼도 여전히 게으른 나의 태도와 무계획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영화 같아서다.
내가 이 영화
글: 김은형 │
200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