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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여행자의 이야기 - 신입생을 위하여
나는 지난번 것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미국 버팔로라는 곳에서 쓰고 있지만 지금쯤 새내기들을 맞아 시끌벅적할 우리의 대학 캠퍼스들이 눈에선하다. 해마다, 그것도 고목에 물오르고 개구리 잠깨는 봄의 시작과 함께, 눈빛 초롱한 신입생들을 만난다는 것은 한국 대학에 몸담고 있는사람들의 큰 행복 가운데 하나이다. 봄학기가 대개 1월에 시작되는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새
200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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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냅스터 공산주의
냅스터가 폐쇄될 때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크다.2001년 2월 대중음악과 관련된 ‘정치적 공방’이 두개 있었다. 한국에서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를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고, 미국에서는 냅
200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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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바람의 비밀
한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기까지에는 어떤 힘들이 작용하는 것일까? 현대 생물학은 유전자가 개체 성장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말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의 성장이 유전정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성장은 드라마가 아니라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의 따분한 운명적 전개에 불과하다.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사람들, 예술의 천재들,
200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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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전과자
1981년. 대학교 새내기가 되어 봄의 기운이 완연한 교정 한복판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을 때 ‘데모’라는 것이 일어났다. 시위는 10분 이상을 끌지 못한 채 초동 진압되었고, 주동자는 개 패이듯 두들겨맞은 뒤 두팔이 묶인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때 대학을 다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랬듯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교차했다. 그중 하
200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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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내 마음의 님비
한국인에게 지진이란 언제나 다른 나라의 재난, 우리 땅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그러므로 신경쓸 필요없는 어떤 막연한 불운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반도는 용케도 지진 면역지대 같아 보인다. 자연의 신은 한반도에 ‘기름’ 한방울 주지 않은 대신 지진도 주지 않는다.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인간의 이해능력은 극히 빈약하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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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컴퓨터 패닉과 바이오펑크
몇년 전만 해도 컴퓨터 관련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은하수 건너 외계에서 온 생명체로 보였다. ‘인간의 언어’로 들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단어처리기’로 문서 텍스트나 작성하여 인쇄하고 이메일보내는 게 전부인 초급 사용자로서 CPU의 헤르츠와 램의 클럭수와 하드디스크의 FAT 정도만 아는 것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놈은 생명없는 기계니까.생각이 변하
200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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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서울대는 건재하다
따뜻한 송년인사라도 드려야 할 시점에 한국경제가 썰렁하기 그지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 면구스럽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부운! ‘나라 빚 갚는다’는 나랏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장롱 안에서 금반지를 꺼내어 똥값으로 팔던 국민이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게다가 이번이 한두 번째입니까. “졸라 매자”, “다시 뛰자”고 재탕삼탕 외치는 분들이 시
200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