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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순례자들의 계절
짧은 가을이 사라져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는 추위에 대한 육체의 감각이 마음으로 곧장 이어진다. 고독한 자든 그렇지 않은 자든 간에 홀로 혹은 둘이서 연애영화를 보기 좋은 때다. <이터널 선샤인>(2004)의 재개봉 흥행이 개봉 성적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접하니, 누군가가 시기를 읽는 수완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시네마테크에 한두번 걸릴
글: 박수민 │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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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동기가 아닌 태도의 문제
<간츠>의 만화가 오쿠 히로야의 신작 <이누야시키>(오경화 역, 대원씨아이 펴냄)는 외계인에 의해 육체를 로봇으로 바꿔치기 당한 노인과 소년의 이야기다. 가공할 외계 기술이 집약된 기계 육체는 둘에게서 ‘인간’을 빼앗아간 대신에 ‘신’에 가까운 능력을 준다. 노인 이누야시키는 자신의 가공할 능력을 자각하자 이를 약자를 돕는 일에 사용
글: 박수민 │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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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神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 우리처럼
“텔레비전이 우리를 신으로 만든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의 원작자로 유명한 척 팔라닉의 처녀작 <인비저블 몬스터>(최필원 역, 책세상 펴냄)에서 한 캐릭터가 묻는다. 그에 따르면, ‘별별 인간들’이 다 나오는 TV 속엔 채널마다 ‘다른 인생’이 있고, 매 시간 바뀌는 인생들이 ‘생중계’되며, 우리는 그
글: 박수민 │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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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폭풍과 안개의 존재이유
여름이면 다시 보는 영화가 있다. 피서용 납량영화는 아니다. 늦여름 바람 불고 벼락 치고 비 쏟아지는 밤에 혼자 보는 영화다. 영화사에 남는 위대한 걸작은커녕 IMDb 평점 6점도 못 넘었지만 나의 오독과 편애와 어떤 슬픔으로 다시 찾게 되는 영화. 심지어 결말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로 눙쳐버린 영화. 분명한 실패작. 극장에서
글: 박수민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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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엄마, 나를 낳아줘!
1980년대에 태어나 틴에이저로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통과했던 세대에게 <터미네이터>는 각별하다. 특히 <터미네이터2>(1991)가 그렇다. 퍼스널 컴퓨터와 비디오 게임 콘솔 그리고 인터넷의 태동과 발전이 곧 자신의 성장사(史)였던 이들에게, 1985년생 존 코너는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1995년이 배경인 2편에
글: 박수민 │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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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미시마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전 10권, 살림 펴냄, 1996)은 훌륭한 앤솔러지다. 과거 이문열에 대한 찬반 격론 중에도 이 단편선집의 우수성과 그가 선별해놓은 테마와 목록의 탁월함만큼은 인정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이 선집을 통해 귀중한 작가와 작품들을 만났고, 특히 2권 <죽음의 미학>과 7권 <사내들만의 미학>을 즐겁게
글: 박수민 │
201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