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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내 꿈이 뭐였더라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성욱(김윤석)이 아내에게 말한다. 이 말을 하기 전에 그의 아내는 “나라고 하고 싶은 게 없는 줄 알아?”라고 그에게 화를 냈다. 아내가 이 말을 하기 전에 그는 밴드를 한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기대하던 회사 복직은 물 건너갔고, 지금 형편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자기는 밴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글: 김은형 │
20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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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달콤한 열매는 묵묵히 걷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
이번 여름은 참 길었다. 여름 내내 조증과 울증을 반복해 앓았으며, 변함없는 무기력증 속에 파묻혀 있었다. 책을 묶고 나면 으레 그래, 라는 스스로를 향한 변명은 새끼손톱만한 위로도 되지 않았다.
새 소설을 몇줄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우곤 했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혹시 내가 영원히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느린 의문
글: 정이현 │
200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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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극장에서 보니, 반갑다 친구야!
나는 <심슨네 가족들>의 팬이다. “그래서 뭐?”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국에서 <심슨네 가족들>을 방영하기 전 90년대 중반부터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AFKN>에서 <The Simpsons>를 매주 즐겨보는 팬이었다, 라고 하면 뻥이고, 어쨌든 <심슨네 가족들>을 한국에서 정식 방영하기 전부터 좋아했던
글: 김은형 │
200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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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사이] 그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생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서 타던 통학버스는 Y역 언저리를 지났다. 버스가 그 앞 신호등에 멈춰 설 때면 홍등가의 불빛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곤 했다. 칸칸이 나누어진 작은 공간들을 기억한다. 불그죽죽한 정육점식 조명등 아래, 백화점 폐점시간 이후의 마네킹처럼 피곤한 표정을 한 여자들이 서 있었다. 나중엔, 정말 내 눈으로 목격한 건지 아니면
글: 정이현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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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99%의 천재, 1%의 노력!
텅 빈 모니터 화면을 마주하고 앉을 때면 언제나 누군가가 원망스럽다. 화살의 끝은 일단 ‘나’를 향해 있다. ‘아,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왜 별로 숱 많지도 않은 머리칼을 쥐어뜯고 또 뜯어야만 한줄 한줄 써나갈 수 있을까.’ 일어났다 앉았다 누웠다 물구나무섰다, 혼자 쇼를 하다보면 슬그머니 딴 생각이 든다. ‘이런 뻘짓 안 하고도 쫙쫙 쫘르르륵 명작
글: 정이현 │
200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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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이해불능, 공포불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새 두뇌훈련하는 닌텐도 DS 게임기가 유행이라는 데 게임기 살 돈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두뇌훈련하는 데 적합한 방법을 찾아냈다. <해부학교실>을 보면서 생각난 건데 공포영화, 특히 한국 공포영화들의 DVD를 빌려다가 쌓아놓고 보는 것이다. 추리영화도 아니고 왜 공포영화인가. 한국에는 추리영화라고 할 만한
글: 김은형 │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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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사이] 하얀 집의 공포
계약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오피스텔 전세가 얼마나 귀한지 알죠? 지금 가계약 안 해놓고 가면 삼십 분 뒤에 그냥 나가버린다고요.” 부동산중개사 아주머니는 능수능란하고 집요했으며, 나는 어리어리하고 귀가 얇았다. 전세금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폰뱅킹으로 쏘고 나서야 내가 그 집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기되었다. 유달리 새하얗던 벽지만 또
글: 정이현 │
2007-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