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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비행기 오타쿠의 피가 끓어오른다
이번주는 좀 쉬어가자. 숨어 있던 내 블로그가 드러났다. <붉은 돼지>의 이름을 딴 블로그의 배경사진으로 깔린 것은 2차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주력이었던 메서슈미트. 지난해에 플라스틱 모델을 사다가 조립해서 흑백으로 찍은 것이다. 얼마 전엔 이대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플라스틱 모델 전문점에서 영국 공군의 스핏파이어를 샀고, 지금은 용산
글: 진중권 │
200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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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살인 놀이의 기호학
초등학교 시절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를 읽고, 한동안 암호문 만드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그래봤자 그냥 한글 자모를 숫자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그 뒤 거의 30년이 지나서, 독일 유학 중 포를 읽던 시절의 내 나이 또래의 어린 소녀에게서 암호문을 선물로 받았다. 서양 알파벳을 루나문자 비슷한 문양으로 바꿔놓은 것인데, 아무리 뒤져도 어디
글: 진중권 │
200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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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기억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계엄군이 진입하던 그 새벽, 신애는 광주의 거리를 누비며 확성기로 시민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공포 앞에서는 분노도 힘을 잃는 걸까? 그 새벽에 도청에 고립된 시민군을 도와주러 올 사람들은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죽음을 각오한 열사들은 영생을 찾아 시민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광주 시민 여러분, 제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신애의 애절한
글: 진중권 │
200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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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너무 일찍 찾아온 포스트모던의 첨병
<블레이드 러너>(1982)는 흥행에는 실패했다. 스필버그의 <E.T.>와 같은 시기에 개봉된 것이 이 사이버펑크 누아르 액션영화의 불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E.T.>가 아니었어도, 이 영화가 당시에 흥행에 성공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영화가 시대를 너무 앞섰기 때문이다. 외려 개봉 이후에 주로 비디오를 통해 알려졌
글: 진중권 │
200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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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디지털 시대, 시각이라는 절대반지
‘세컨드 라이프’에도 테러가 발생한다. 몇명의 사이버 산보객으로 시작한 이 가상세계가 어느덧 수천 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거대한 대안세계로 성장했다. 현실에서처럼 그곳에서도 참가자들이 제작한 아이템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곳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한 기업의 돈도 흘러들어가고 있다. 아무리 버추얼해도 세계는 세계. 그러다보니 거기에도 정치적 문제가 생기는 모
글: 진중권 │
200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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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사진 속 아버지의 깃발들
‘상징’(symbol)이라는 낱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심발레인’(symbalein)은 원래 두 사람이 헤어질 때 쪼개서 나눠 갖던 청동거울을 가리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최근에 내놓은 두 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바로 이 심발레인을 닮았다. 거울을 나눠 갖듯이 미군과 일본군은 각자 반쪽의 진리만 소유한다
글: 진중권 │
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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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진중권의 이매진] 자동차에 숨은 로봇, 로봇에 숨은 영혼
“희생 없이는 승리도 없다.” 인간과 오토봇의 연합은 이 빈곤한 청동기 철학으로 메가트론이 이끄는 디셉티콘 군대에 승리를 거둔다. 샘은 메가트론에게 큐브를 건네주는 대신 차라리 건물에서 떨어지기를 선택하고, 옵티머스 프라임 역시 파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큐브를 자신의 가슴에 쏘아달라고 부탁한다. “로봇들에게서 영혼이 있음을 느낄 것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
글: 진중권 │
2007-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