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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시간 여행자의 도(道)
미래란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더니,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마음껏 술을 마시다 눈을 떠보니 열두 시간 뒤의 미래로 도약, 다시 또 잃어버린(그러니까 처음도 아님) 하룻밤 사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신용카드 영수증과 통화 목록을 뒤지면서 추리하고 있자니 이런 문자가 왔다. “정말 미안
글: 김정원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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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군인의 도(道)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11월의 황량한 캠퍼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기이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과 동기가 군인한테 차였다, 그것도 일병한테, 아무리 카투사라지만.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우리는 모두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차마 묻지 못한 건 아니었다. 신이 나서 각다귀떼처럼 왱왱거리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우리 덕분에 그 애는 하루
글: 김정원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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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나이에 비례하는 수다의 향연
회사 근처 공원에 놀러간 날이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지만 오르막길이었던 탓에 입사 3년 만에 처음 가본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려던 순간, 옆에 있던 선배가 탄성을 질렀다. 여기 늙은이들 되게 많다! 선배의 얼굴은 해맑았다. 응? 왜? 안 들리잖아! 선배, 늙으면 잘 안 들리긴 하는데… 자기 욕하는 건 다 들어요. 결국 우리는 그 신천지에 발도
글: 김정원 │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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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양심은 없어도 안목은 있다
제법 비싼 하드커버 책 한권을 두고 친구와 나는 고민에 빠졌다. 학교 앞 서점에서 책을 읽던 친구는 갑자기 삐삐가 요란하게 울려서(슬프다, 이게 웬 시대극) 조용한 서점에 폐를 끼칠까 급하게 뛰어나와 공중전화로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손에 책이 있었다, 15분 전에 들고 있던 서점 책이. 야, 민폐 끼치기 싫었다며, 요새 그 서점
글: 김정원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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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거나 혹은 받거나
중학생 시절 짝꿍에게 기쁜 일이 생겼다. 오빠가 감옥에 가게 됐다, 만세.
사정은 이랬다. 고등학교를 중퇴할 때까지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 애의 오빠는 시내 두 번째 조직이었던 **파에 스카우트되면서 갑자기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장한 청년이 되었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형님을 대신해 “한 1년 정도만 살고” 나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글: 김정원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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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스타 뒤에 사람 있어요!
신림동에 살고 청담동 부근에서 일하(면서 한국 사회의 빈부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던 시절이었다. 동료가 사무실 근처에서 주운 휴대폰 하나를 두고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연락처를 찾으려고 열어본 전화기에 유명한 연예인과 매니저들의 전화번호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로 말하자면 먼저 인터뷰를 잡았는데도 다른 일정이 들어오면 가차 없이 까이고 까이다가 영혼에
글: 김정원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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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10년 뒤를 생각해도 당당할 것
연말을 앞둔 어느 술자리였다.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인 선배는 수심이 가득했다. 몇달을 쏟아부어 터뜨린 스캔들 기사가 당사자들의 무반응과 더불어 만인의 비웃음만 산 게 얼마 전이기 때문이었다. 선배는 억울했다. “내가 그 주변 인물을 100명은 취재했을 거다.” 우리 엄마도 내 주변 인물인데 내가 30년 넘게 연애 한번 못해본 줄 안다고. 설움에 겨워
글: 김정원 │
201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