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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로맨티시즘의 승리, <오만과 편견>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변한다 해서 변신괴물 키메라에 비견되는 ‘원본에 대한 충실성(fidelity)’이라는 잣대는 새 영화 <오만과 편견>의 평가에도 어김없이 따라다녔다. 예를 들어 다아시와 리지가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든가, 첫 청혼 때 비에 흠뻑 젖은 채 소리를 질러가며 싸워대다가 무의식적인 성적 긴장감을 의식하게
글: 김선형 │
200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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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욕망을 배신하라, 스타일을 배신하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제목은 이미 이 영화의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제목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영화에 도달하는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은밀한 매력’에 초점을 두어 읽기 혹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즐기는 자들에 대해 읽기 혹은 ‘여교수’에 중심을 두고 읽기.
우선, 가장 쉬운 접근
글: 남다은 │
200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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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순수로의 불가능한 회귀,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는 눈이 시릴 정도로 찬 푸른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침묵과 푸른색의 고립된 들판에 그 하늘색만큼이나 푸른 옷을 입은 잭(제이크 질렌홀)이 시커먼 고물 지프를 타고 나타난다. 이동버스로 만든 어느 간이사무실 앞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사무실 현관의 계단에는 잭보다는 온화한 느낌을 주는 카키색 상의를 입은 에니스(히스 레저)가 앉아 있다. 첫눈에 봐
글: 한창호 │
200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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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징후와 전조로 가득 찬 최루성 서사극, <앙코르>
자니 캐시의 인생을 다룬 <앙코르>는 쇼비즈니스의 경험담들이 풍만하지만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호텔방들이 망가지고 <맨 인 블랙>(조니 캐시의 노래이자 검은 옷을 즐겨 입던 그의 닉네임- 역자)은 말썽에 휘말렸다가 결국 다시 구제된다. 하지만 캐시(와킨 피닉스)가 추구한 것은 성공이나 인기나 구원이 아닌 일생에 걸쳐 간직
글: 짐호버먼 │
200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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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좋은 의도가 결함을 메워주진 않는다, <박치기!>
두편의 글이 있었다. 한편은 <박치기!>에 대한 나의 견해를 반박하는 글(542호 황진미의 반론)이었고, 다른 한편은 내 글이 싫다는, 다소 소심한 수사였다. 내가 여기서 염두에 두는 건 황진미가 전개한, 나의 글에 대한 반론이다. 그러나 나는 잠시 이 글의 게재여부를 두고 망설였다. 황진미와 나의 견해는 애초 그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녀의
글: 남다은 │
200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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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음란 없는 웰메이드의 풍경, <음란서생>
<음란서생>은 김윤서(한석규)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쟁 싸움에 희생양이 된 동생이 갖은 고문으로 망신창이가 되어 실려오고, 가족은 그에게 상소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는 핑계를 만들어 그 자리를 피할 뿐이다. 당대 최고의 문필가로 이름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무능한 것은 재주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것을 펼칠 용기가 없어서이다.
글: 안시환 │
200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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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범우주적인 로맨스, <브로크백 마운틴>
(마침내) 다음 주에 개봉하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단순히 영화라기보다 미국 현실의 단면이거나 리안 감독이 제안하듯 할리우드의 ‘마지막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교두보일지도 모른다. 편리하게 ‘동성애 서부극’으로 불려지는 리안의 영화가 진정한 문제작일까 아니면 단지 부풀려진 안개에 불과할까?
미디어에 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이 <브로크백
글: 짐호버먼 │
200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