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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캐딜락, 포르셰 그리고 코카인
토니 몬타나는 보스를 대신해 그의 애인, 엘비라를 데리러 가는 중이다. 보스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엘비라의 모습을 보고선 언젠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멋진 자동차까지 빌렸다. 토니가 렌터카 차종으로 원래 마음에 두었던 것은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였다. 제너
글: 박해천 │
201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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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치정과 불륜의 무대
늦게 퇴근한 모양이다. 4명의 가족이 모인 2층의 거실, 남자는 신문을 읽으며 혼자 저녁 식사를 하는 중이다. 탁자 위에는 탁자보가 씌워져 있고, 그 위에는 음식들이 간단하게 놓여 있다. 의자의 등받이는 서양인 체형에 맞춘 것인지 담벼락처럼 드높다. 여자는 남편과 마주 보지 않고 그의 뒤편 피아노 의자에 어정쩡하게 앉아서 바느질로 수를 놓는 데 열중하고
글: 박해천 │
201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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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구체인 동시에 추상
휴전 협상은 2년이 넘도록 지리멸렬한 상태다. 판문점에 모인 북한과 유엔의 대표들은 영토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려고 직접 지도 위에 펜으로 선을 그려가며 기싸움을 벌이고, 동부전선의 병사들은 그 펜이 흔적을 남긴 자리에서 사지가 찢겨나간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판문점의 협상과 동부전선의 전황은 그렇게 지도 한장을 사이에 두고 등을 맞대고 있다.
한국
글: 박해천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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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다시 만난 세계는 꽃무늬
이번에도 <써니>의 임나미씨 이야기다. 지난번에는 2011년, ‘고품격 유러피언 타운하우스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녀의 현재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1986년, 서울로 막 전학 온 그녀의 과거에 대한 것이다.
해외출장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년의 나미는 자신의 모교로 향한다. 모교 교문 앞은 등교하는 교복 차
글: 박해천 │
20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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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차분한 거실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아침 여섯시, 자명종 소리가 울리면 전업주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1970년생 임나미(유호정)씨는 남편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도톰한 슬리퍼를 신고 주방으로 나선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족의 조식을 준비하는 것이 그녀의 첫 임무다. 입맛을 잃은 여고생 딸을 위한 메뉴는 토스트와 에그스크램블,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한 남편을 위한 메뉴는 하얀
글: 박해천 │
20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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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연쇄살인마의 과거로 향하는 출입구
대문은 굳게 닫혀 있다. 성곽처럼 쌓아올린 축대가 담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울창한 수목이 꾸부정한 자세로 집 앞 골목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바깥 세계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대문 벽의 문패만큼은 이 요새의 주인이 누군지 알려준다.
누군가 문패 아래 놓인 초인종을 누르면 일련의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가정부가 인터폰을 받을 것이고, 통
글: 박해천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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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두개의 옥상
그곳은 옥상이다. ‘시민’이나 ‘시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을 법한 강북 변두리의 낡은 저층 아파트. 그 아파트 옥상에서 이동석씨 가족이 한가로이 만찬을 준비 중이다. 방수 처리도 안된 시멘트 맨바닥이지만 비닐 돗자리를 깔았고, 롯데칠성의 병 박스를 거꾸로 세워 식탁을 마련했다. 소주 두병도 수줍게 한쪽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과자인 남자는 유치
글: 박해천 │
201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