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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20th street /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의 중간에 선다면
어느 날 갑자기 유언도 마지막 인사도 나눌 겨를 없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게다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 중간상태에 놓여 십여 년 간을 식물처럼 살아가야 한다면.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기약 없는 시간들을 견뎌내야 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글: 백은하 │
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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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9th street / 완전범죄를 꿈꾸며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주 사소한, 그러나 강렬한 욕망들이 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꿈은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처럼 영화를 볼 때, 버스를 탈 때 앞자리에 다리를 턱 하니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뭐라고. 쌀이 나오는 것도, 베이글이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런 부질없는 것들을 욕망한다. 특히 내게 금지된 사소한 어떤 것들을.
글·사진: 백은하 │
200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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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8th street / 여자와 남자, 연애라는 오묘한 세계에 관해
남자는 여자가 궁금하고, 여자는 남자가 궁금하다. 연애란 건 어쩌면 이 못 말리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그 사람의 이름이 궁금하고, 다음엔 밥은 먹었는지가 궁금하고, 점점 그 사람의 과거가 궁금하고, 현재가 궁금하고, 미래가 궁금해진다. 모기에 잘 물리는 편인지 궁금해서 여름까지 못 헤어지겠고, 자는 모습이 궁금해서 잘
글·사진: 백은하 │
200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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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7th street / 쓰레기 같은 엄마, 사랑하거나 말거나
처음엔 좀 심하다 싶었다. 지상의 적들과 맞서 싸우는 언더그라운드 레지스탕스들의 퀴퀴한 소굴이 이런 모습일까.
‘앤쏠로지 필름 아카이브’는(Anthology Film Archives)는 ‘자고로 씨네마테크라면 이 정도는 후줄근해야 제 맛이지’ 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극장이다. 그 흔한 간판 하나 안 달려 있는 이 불친절한 극장을 주소 없이 찾아가기
글: 백은하 │
200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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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6th street / 기품 있는 마리아들
“숨만 쉬어도 한 달에 2백 만원은 들 걸?”
가진 것 하나 없는 주제에 뉴욕에 가겠다고 했을 때, 왕년에 한번쯤 맨하탄에서 살았다는 사람들은 저 애가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사실 뉴욕은 비싼 도시다. 뉴요커들 대화의 대부분이 비싼 렌트비란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맨하탄에서 등을 붙이고 잘 침실, 라면 하나라도 끓여먹을 부엌을 가지
글: 백은하 │
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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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5th street /환상의 2인조 밴드의 장기 투어 콘서트
‘동료’는 ‘친구’와 다르다. ‘친구관계’란 자고로 하등 인생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묵묵히 감싸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면, ‘동료관계’는 그보다는 훨씬 서로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서 유지되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친구관계 맺는 법만 배우다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이 새로운 유형의 인간관계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론 동
글: 백은하 │
200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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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14th street / 가시는 걸음걸음 케첩을 뿌려 드리오리다
“아~ 제발 이번 만은… ” 3시간 가까이 TV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감독상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하는 마지막 절정의 순간을 위해서, 3시간의 약간 지루한 전희는 충분히 견딜 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입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갑자기 리모콘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쑥
글: 백은하 │
200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