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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두번 보기 힘든, 한번만 볼 수 없는
※ 2월18일 이후 일기에는 <노예 12년>의 상세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86회 오스카 시상식은 중앙집중적으로 한치 오차 없이 통제된 쇼를 포기하고 SNS 시대에 호응하는 모험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MC 엘렌 드제너러스는 무대보다 객석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스타들을 쉴 새 없이 조력자로 끌어들이고 셀카를 찍었으며, 급기야 돌비 시어터로
글: 김혜리 │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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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여배우들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에는 위장을 메슥거리게 하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중상을 입은 경찰 알렉스 머피(요엘 신나만)가 로봇공학의 힘을 빌려 반인간 반기계로 거듭난 본인의 실체를 첫 대면하는 장면이다. 슈트가 천천히 벗겨지면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아니, 얼굴과 뇌, 척수와 폐, 그리고 오른손이 잔재로 남아 있다. 관객은 순간 알렉스가 느끼
글: 김혜리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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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인사이드 <인사이드 르윈>
※<인사이드 르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출신 스티브 매퀸 감독은 구도의 파괴력을 잘 안다. 때로는 지나치게. 매퀸의 숙고에서 비롯된 <노예 12년>의 몇몇 숏은 극장을 나온 뒤에도 계속 쑥쑥 자라나 가슴을 파고들고 뇌리에 우거진다. 노예가 된 솔로몬(치웨텔 에지오포)은 백인 감독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간신히 발끝만
글: 김혜리 │
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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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눈, 눈물, 눈사람
식탁의 정중앙을 차지하는 꽃꽂이처럼, 영화에도 종종 센터피스 구실을 하는 장면이 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오스카(마이클 B. 조던)는 집행유예 중인 청년이다. 너무 늦기 전에 좋은 아빠와 파트너, 아들이 되고 싶어 안달하지만, 남아 있는 나쁜 습관과 사회의 선입견 탓에 진전은 더디다. 영화가 담은 그의 힘든 하루 중 오스카는 길
글: 김혜리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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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 1월10일, 11일 일기와 사진 설명에 <만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찬>의 말미에는 거의 숙명처럼 보이는 폭설이 내린다. 관객은 외출한 인철의 가족이 귀가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원하는 모순된 입장에 처한다. 그동안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이름도 모르는 형사들의 피로한 얼굴을 쳐다보게 만든다. 그러다 문득 우
글: 김혜리 │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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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1월엔 역시 실존주의
산부인과에서 바뀐 아이를 6년 동안 양육해온 두 가정이 처음으로 친자(親子)와 보내는 주말의 시작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주 간결하게 연출했다. 키운 아들 케이타를 태우고 유다이 가족의 집으로 향하는 자동차의 롱숏은 상대방 집에 친아들 류세이를 태우고 귀가하는 숏과 정확한 대칭을 이룬다. 매우 감정적인 영화의 분
글: 김혜리 │
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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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종말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 2013년 여름영화들이 상상한 미래 풍경의 갤러리다. <엘리시움> <월드워Z> <애프터 어스> <감기> <오블리비언> <설국열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8/13
<아이언맨3>로 예년보다 일주일 일찍 시작한 여름영화 시즌이 오늘 <엘리시움&g
글: 김혜리 │
201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