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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희망의 본질에 대하여, <사유리>
미리 밝히겠다. 나는 일본 문화의 열성적인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사로잡혀 <사유리>를 보았고 흥미로웠다. 기대감과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그렇게 봤을 수도 있다. 이 글은 무지로부터 출발한다. <사유리>는 이질적인 두개의 장르를 꽤 잘 어울리게 접목한 형태의 영화다. 두개의 장르 중 하나는 호러고, 다른 하나는 열혈물
글: 오진우 │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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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전략과 각성의 딜레마, <로비>
하정우 감독의 <로비>는 국책 지원사업을 따내려는 한 스타트업 회사의 작전기로 접대 골프라는 관행적 악습에 (영화의 대사를 빌려오자면) ‘명랑’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 영화에서 신선하게 여겨지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 누아르와 범죄영화에서 밀실로 변형되었던 전통 누아르의 암흑가를 골프장의 필드로, 부정함을 드러내는 부수적 수단으로 단 몇
글: 유선아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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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실재와 허구, 경계의 틈에서 새 나오는 증언과 외침, <올파의 딸들>
문틈 사이로 두 젊은 여성과 그 뒤에 손을 모으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올파의 딸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에 담으려고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운 두 젊은 여성, 그 뒤로 포커스 아웃된 중년 여성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문틈 사이로 중년 여성의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고 “올파의 네명의 딸 중 두명은
글: 남인우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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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2부 혹은 제3인 것, <그랜드 투어>
<그랜드 투어>를 곱씹으며 어쩐지 자연스럽게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을 떠올렸다. 아즈마가 특히 강조하는 개념인 ‘오배’는 전송의 오류를 뜻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실상 관광객에게는 필수적이며 도리어 긍정적인 측면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가령 나의 근처라면 기웃거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을 곳을, 관광지에서는 필수로 방문하게 되는
글: 이보라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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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망설임 두번, <침범>
*<침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수영 강사 영은(곽선영)이 딸 소현(기소유)의 살해 충동을 달래는 한편 스스로와 타인의 안전을 도모할 방편으로 소현에게 닭을 도살할 기회를 마련한 장면은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면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자식의 성정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어떻게든 포용해보려는 심정은 불경해 보일 수 있으나 뱀파이어와
글: 김성찬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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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속도를 높이되 도착하지 말 것: <크래쉬>라는 반복의 무대, <크래쉬: 디렉터스 컷>
익히 알려져 있듯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크래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데이비드 크로넌버그는 인터뷰에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당시 코폴라가 강한 반감을 표했으며 직접 상패를 건네주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회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1998년 국내에 검열본이 개봉했을 때 <크래쉬>의 홍보 팸플릿에는 코폴라의 평이 실려 있다. “<
글: 김예솔비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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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통속성과 현실성은 서로를 구하는가, <에밀리아 페레즈>
영화 이전에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먼저 도착했다. 개봉을 앞둔 <에밀리아 페레즈>를 둘러싸고 영화 안팎으로 논란이 제기되었다. 주인공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남긴 문제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멕시코와 트랜스젠더 여성의 묘사 방식에 관한 비판 등 쟁점은 다양하다. 뮤지컬을 차용한 자크 오디아르의 가장 비현실적인 영화는 아이러
글: 김소희 │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