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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경계의 연결, 균열의 응시, 김연우 평론가의 <너는 나를 불태워>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의 <너는 나를 불태워>는 일단 극영화다.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와 신화 속 님프 브리토마르티스의 대화로 이루어진 체사레 파베세의 희곡 <바다 거품(파도 거품)>의 각색이지만, 두 배우가 마주보고 연기하는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원작의 대화가 영화 전체에 걸쳐 재생되는 가운데 여러 인용과 서술, 책 페이지를 비롯
글: 김연우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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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한판 신나게 놀아젖히는 영화, 홍은미 평론가의
작정하고 웃기는데 난데없어 더 웃긴 <THE 자연인> 앞에서 냉정해지기란 쉽지 않다. 아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나뉘리라 짐작하면서도 <THE 자연인>이 아주 제대로 노는 코미디영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 영화와 함께 놀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허들이 높진 않다. 얼마간 비위가 강해야 하고 망
글: 홍은미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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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권력과 주체, 송형국 평론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
미셸 푸코에 대한 숱한 오독(誤讀) 가운데 흔한 사례는 ‘감시와 처벌’과 관련한 그의 담론을 권력에 관한 크리틱으로만 읽는 것이다. 이같은 오해는 전공 연구자들에게서조차 종종 발견되다 2000년대 들어 그의 강의록과 에세이가 사후 출간되면서 차츰 바로잡혀가는 분위기다. 푸코는 사망 2년 전인 1982년 에세이 <주체와 권력>(The Subject
글: 송형국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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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앎과 모름 사이에서, 유선아 평론가의 <미세리코르디아> <여름이 지나가면>
알랭 기로디 감독의 <미세리코르디아>가 제빵사의 장례식에서 이어진 그 아들의 실종-살인 사건과 이방인 제레미를 둘러싼 치정을 여러 인물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면, 장병기 감독의 <여름이 지나가면>은 먼저 세상을 조금 더 알아버린 한 소년이 그 여름의 진실을 뒤늦게 깨닫게 될 다른 소년의 등장과 퇴장을 지켜보는 영화다. 두 영
글: 유선아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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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구원을 비웃는 무위의 공동체, 문주화 평론가의 <미세리코르디아>
<미세리코르디아>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욱신거리는 정념마저 불러일으키는 장면. 그것은 아마도 임무를 완수한 듯 만족스러운 표정의 미망인 마르틴(카트린 프로)과 손을 맞잡은 제레미(펠릭스 키실)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 심연의 어둠으로 스며드는 엔딩 신일 것이다. 이때 화면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제 필리프(자크 드블레)는 매
글: 문주화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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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죽음 위에 핀 버섯에 자비를, 안시환 평론가의 <미세리코르디아>
<미세리코르디아>라는 제목이 자비를 의미한다고 해서 자비를 영화의 최종 종착지로 여겨서는 안된다. 제목에는 ‘자비’라는 단어를 내걸었지만 영화에서 이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단어는 ‘무상의 사랑’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지된 구조가 아니라 그 구조를 넘어서는 에너지”라던 질 들뢰즈의 지적처럼, <미세리코르디아>가 이야기하는 자비는 선규
글: 안시환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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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어려운 척 쉬운 길로, 이병현 평론가의 <슈퍼맨>
슈퍼히어로의 대명사인 ‘슈퍼맨’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작품은 새로운 DC 유니버스를 알리는 공식 작품이다. 그러나 <슈퍼맨> (2025)이 남긴 첫인상은 어쩐지 뜨뜻미지근하다. 히어로물 패러디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톤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크레더블> <메가마인드> <슈퍼배드>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글: 이병현 │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