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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길을 잇는 빛의 리듬, 김철홍 평론가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지만 동시에 가장 나중에 말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누구나 파더나 마더, 시스터-브러더를 우선 말하느라, 그 앞에 툭 튀어나와 있는 이 장면은 나중에 언급되거나 영영 잊힌다. 신이라기보단 토막 영상에 가까운 이 순간은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그리고 앞장과 뒷장의 사이를 잇는 막간에 짤막하게 등장한
글: 김철홍 │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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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우리 모두 곤경에 처해 있다, 김병규 평론가의 <여행과 나날>과 <슈퍼 해피 포에버>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발표한 해인 1997년에 아오야마 신지는 <누벨바그 선언, 혹은 나는 어떻게 필립 가렐의 사도가 되었는가>(이하 <누벨바그 선언>)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다. <카이에 뒤 시네마> 일본판에 발표된 이 글은 누벨바그의 다음 세대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필립 가렐의 과업을 되짚으며 동시대 일본에서 새로운
글: 김병규 │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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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파격은 다시 새롭게 정의되는가, 유선아 평론가의 <아바타: 불과 재>
한때 가장 급진적이었던 기술적 선택에서 <아바타: 불과 재>(이하 <불과 재>)는 한 걸음 물러난다. 어떤 장면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말이 격세지감 속 낯선 선언처럼 들리고 만 이유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의 결실이었던 2009년의 <아바타>가 2025년의 <
글: 유선아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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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유실물 센터로서의 영화, 문주화 평론가의 <슈퍼 해피 포에버>
‘잊지 말 것. 우리가 상실한 것을 망각하지 말 것.’ 언젠가부터 일본 동시대 영화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거대한 캠페인의 지층 하부에는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불가침의 콘크리트가 자리하고 있다. 캠페인의 주창자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후반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운전기사 미사키(미우라 도코)를 끌어안으며 했던 말. ‘살아
글: 문주화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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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성장 이후의 인간, 최선 평론가의 <제이 켈리>
노아 바움백의 영화 속 인물은 미완의 상태에 있다. 관계는 뒤죽박죽이고 감정은 넘쳐흐르며 인물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간다. 각자 말하고 동시에 말하며 휴대전화로 말한다. 바움백의 영화가 수다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물이 성장하고 완성돼가는 과정을 말로 보여주어서다. 말하는 동안 인물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확인하고 더 많은 말을 쏟
글: 최선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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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목격하는 개체, 이보라 평론가의 <콘티넨탈 ’25>
라두 주데는 신작 <콘티넨탈 ’25>(이하 <콘티넨탈>)의 참조점으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유로파 51>(이하 <유로파>)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를 언급한다. 편의적으로 구분할 때 전자는 내용의 측면에서, 후자는 구성의 측면에서 닮았는데, 가령 노숙자 이온이 난방기에 목을 매달고 죽은 후 그를 담
글: 이보라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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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박제가 되어버린 국보, 이병현 평론가의 <국보>
영화 <국보>에 나오는 첫 가부키 <세키노토>(국경의 관문). <세키노토>는 눈 덮인 오사카 산의 관문과 기묘하게 만개한 한 그루 벚나무를 배경으로 한 도키와즈(常磐津) 무용극이다. 무대를 벗어난 두 배우가 복도에서 연기를 이어갈 때 절묘하게도 그 후경엔 눈이 내리고 있다. 마치 가상의 이야기 속 무대가 현실에 확장 구현
글: 이병현 │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