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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고통이 몸을 정화시키는도다
요리영화 한편을 보고 난 듯하다. “자, 고기를 썰 때는 이렇게 사선으로 단번에 잘라야 해요, 보세요, 이렇게 썰린 단면이 깔끔해야죠. 망설임없이 자르세요. 자, 깔끔하게 자르려면 뭐가 필요하겠어요? 그렇죠. 숯돌에다 칼을 잘 갈아두어야겠죠.”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어찌나 피와 고기와 살과 칼과 뼈를 많이 보았던지 극장문을 나설 때는 사람이
글: 김중혁 │
20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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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비이이이즈니스!”를 돌려세운 환영
내가 입체사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200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펼쳐 보면 알 것이다. 이 칼럼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그 소설을 꼭 읽어봐야만 할 것이다(라고 쓰지만,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칼럼을 읽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설악산 입체사진첩이 있었다. 부착된 두개의
글: 김연수 │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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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정확히 40도, 반신욕 하기 딱 좋은…
아직 <파주>를 보지 못했다. 지난 몇주 동안 <씨네21>을 열심히 읽었더니 <파주>를 본 것 같다. 많은 분이 <파주>에 대해 다양한 영화평을 써주셨고, 김연수군은 본 칼럼에서 2회에 걸쳐 “왜 이런 일을 하세요?”라는 대사를 인용하며 ‘올해의 대사’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파주>를 추천하였는데, 심지
글: 김중혁 │
20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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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마음의 불구들이여, 이리로 오라
얼마 전에 울진 죽변항에 다녀왔다. 밤새 날이 흐리고 눈이 내릴 것 같더니 아침이 되자, 수평선 약간 위쪽을 제외하고는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항구에 서서 마도로스처럼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밤새 조업한 고깃배가 하나둘 회항하고 있었다. 만선을 알리는 신호는 고깃배 10m 상단쯤에서 떠가는 구름처럼 무리지어 날아가는 갈매기들이었다. 마침내 고깃배
글: 김연수 │
20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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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너무 떠들어 안 피곤하세요?
‘말’에 대한 연구결과 중에 이런 게 있다. 남자는 하루에 1만2천 단어 이상을 말하면 급격하게 피곤해지고, 여자는 하루에 2만5천 단어를 말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고 한다. 남녀의 차이라기보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인 것 같다. 남자 중에는 하루 2만5천 단어 이상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뜨끔, 아휴, 저는 아니고요), 여자 중에는 과묵한 사람도 많다.
글: 김중혁 │
200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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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이거야말로 인간의 종말이로구나
지난해 한동안 스쿠터를 타고 다녔다. 하늘색 혼다 투데이. 홍대 앞 스쿠터 가게에서 받아서 난생처음으로 일산까지 타고 왔다. 스쿠터를 처음 타면서 제일 곤란했던 건 바로 헬멧이었다. 그건 보자마자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지능형 헬멧이었다. “네 머리는 남들보다 크니?” 헬멧이 물었다. 나는 “아니야, 그렇게 크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도저히 내 머
글: 김연수 │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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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맛있는 대한민국을 먹고 싶다
한동안 <Best Restaurant>이라는 외식전문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현재 <씨네21>에서 ‘그 요리’라는 멋진 칼럼을 연재중인 요리사 박찬일씨가 편집장이었고, 나는 요리의 ‘요’자도 모르지만 한국말을 비교적 정확하게 쓸 줄 안다는(게 어디냐며!), 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석 기자가 되었다. 수석기자와 수습기자
글: 김중혁 │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