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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몇층 가세요?
500만명 넘게 봤다는 <숨바꼭질>을 며칠 전에야 봤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쓸데없이 애쓰지 말고 그냥 경찰 부르면 단막극 분량으로 끝날 이야기를 1시간40분 동안 보고 있으려니 허리가 아파서 나는 <씨네21> 원고료를 몇번 모으면 소파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런데도 영화는 묘하게 난해하여 범인이 000씨
글: 김정원 │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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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따르릉 따르릉 사랑하세요∼
벚꽃 향기가 진한 봄날이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학교로 올라가려는데, 선배가 내 손을 잡아끌면서 속삭였다. “너는 나하고 자전거 타고 가자.” 쿵! 내 나이 스물한살, 남녀 성비 7.5 대 1의 풍요로운 대지에서 여태껏 불모로 남아 있던 이 황량한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쌀집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선배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글: 김정원 │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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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부동산이 재난일세
영화를 보다가 유령이 나오는 집을 보면 정말 무서워진다. 어떡해, 어떡해, 저 집에 귀신 있는데… 가 아니고, 저 집 팔지도 못하는데. 그렇다, 나는 그게 제일 무섭다. 5년 전부터 전셋값이 오르면서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다가 결국 포기하고 경기도로 나와 대출을 잔뜩 끼고 오피스텔을 사버린(오피스텔은 전세자금 대출이 안됐다) 나에게 <컨저링>은
글: 김정원 │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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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우리 아빠가 고치라고 했단 말야
아빠는 내가 서른이 될 때까지 쌍꺼풀 수술을 하라고 졸랐다. 우리 아빠는 한참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상고 3학년 시절, 수업 시간 내내 성냥개비로 눈꺼풀을 그어댄 끝에 홑꺼풀에서 쌍꺼풀로 다시 태어난 의지의 사나이다. 그래서인지 남의 외모에도 엄격해서 내가 스물을 넘긴 이후에는 립스틱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밖에 못 나가게 했다. 다른 아빠들은 화장이 진하면
글: 김정원 │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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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여기자와 뭔가 해보고 싶다고?
기자를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어느 영화감독과 함께 언론계에 관한 심도있는 잡담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궁금한 게 많았다. “A 감독은 여기자들한테 인기가 많다면서요? 잘생겨서.” “… A 감독이 그러던가요?” “기자들은 정말 술값을 한번도 안 내나요??” “… 여긴 제가 내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진짜 알고 싶었던 걸 물었다. “왜 <세
글: 김정원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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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이렇게 다 용감해?
분쟁 지역에 가게 되었다고 메신저에서 울고 있던 신문기자 선배가 모임에 나타났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선배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여권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공항에서 돌아왔노라고. 덕분에 회사에서 모진 구박을 받으며 온갖 막노동을 떠맡게 되었지만 선배는 행복해했다. 우리도 모두 축하했다. 그래,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최고야, 그러다 가늘고 짧게
글: 김정원 │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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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피카추]
[김정원의 피카추] 우리나라 대통령은…
1989년에 개봉한 영화 <굿모닝! 대통령> 예고편에는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소녀가 나온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였다. 게다가 주연이 이상은이라고! 그게 예고편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소녀들은 신이 나서 영화를 보러 갔다. 나도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해볼까, 고민도 했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한국에서 여
글: 김정원 │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