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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철가방과 포니 블루스1
몇년 전 신문에서 중국집 ‘철가방’을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언급한 걸 본 적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화교들이 운영하던 중국집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배달용 통은 모양새가 투박했지만 가볍고 위생적이었고, 그 덕분에 이후 전국 중국집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이 살 만해지니 이런 고물들도 다 대접을 받는구나 싶으면서도,
글: 박해천 │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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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리플리컨트 vs 데이빗8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인력-대체물 시장은 타이렐사의 독무대였습니다. 이 기업은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의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리플리컨트’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을 양산해 우주 식민지 개척에 나선 군산복합체에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이 되자 이 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던 것입니다. 환경프로세서 시스템을 개발해 지
글: 박해천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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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꽃무늬 기모노와 현대 미술, 그리고 슈베르트
오늘도 어김없이 윤 회장의 서재에선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머리 큰 외계인처럼 생긴 바워스 앤드 윌킨스의 스피커가 이 음향학적 무대의 연출자다. 젊은 시절의 윤 회장은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그 시절, 그는 지방 명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변변치 못한 가계의 식솔들에게 그는 집안을 일으켜
글: 박해천 │
201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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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96학번 그리고 ‘매운탕’ 같은 인생
1996년, 그 시절 ‘문화’의 수심은 꽤 깊어진 상태였다. 88올림픽 이후 경제 호황의 물줄기를 따라 온갖 잡동사니들이 흘러든 덕분이었다. 왕가위와 쿤데라와 서태지와 하루키와 <키노>와 PC통신과 심은하와 윤상이 생산지와 유통기한을 가리지 않고 그곳으로 흘러들어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누구든 한번 빠져들면 꽤 오랜 시간 허우적거리며 자신만의
글: 박해천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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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아파트를 가지고 싶었던 여자
날것의 폭력이 지배하는 무법의 폐기물 매립지, 여자는 그곳에 ‘쓰레기’로 내동댕이쳐졌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쫓기는 몸이었다. 사채업자들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불안과 공포는 그녀의 일상을 잠식했고, 밤마다 악몽의 연속이었다. 머리끄덩이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여
글: 박해천 │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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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팬텀 오리온과 리버시브 투칸
한 소년이 진열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다시 되돌린다. 그의 시선이 가닿는 곳마다 오싹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학교 정문 앞에 하나 남은 ‘문화’문방구로 달려왔다.
주말 내내 그는 자신이 짜놓은 계획에 따라 낮잠에 취해 있던 아빠를 상대로 공작을 펼쳤고, 마침내 오늘 아침 식탁 앞에서 용돈을 받아냈다. 엄마는
글: 박해천 │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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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천의 design+] 최익현씨의 그때 그 시절
해운대 마린시티의 주상복합 아파트 62층, 1940년대 중반 부산에서 태어난 경주 최씨 충렬공파 35대손 최익현(최민식)씨는 거실 창 너머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산에 들이닥친 부동산 열풍 덕분에 또다시 자산 목록을 늘릴 수 있었다. 생애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라 악착같이 달려들었고, 그만큼의 수익을 챙겼다. 그런 그가 지금 아들의 검사
글: 박해천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