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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완벽하게 사라지는 일
그날은 Y가 출근 버스 안에서 졸아 종점까지 가버린 어느 날이었다. 그날 아침 마법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정확히는 Y를 뺀 세상 전부가. Y가 출근한 직장에서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집으로 돌아가자 그곳엔 다른 이가 아무 일 없듯이 살고 있었다. Y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문자 그대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와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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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미야케 쇼가 담아낸 것과 그것을 위한 시간에 대하여
미야케 쇼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중반부엔 뜻밖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나’(에모토 다스쿠)와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 시즈오(소메타니 쇼타)가 청춘의 활기로 스크린을 감전시켜놓는 클럽 신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에서다. 세 인물은 밤이 되면 한데 모여 취하고 웃고 떠들며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지만, 낮이 되면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을
글: 홍은미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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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많이 모자라지만 참 맑은 친구, '사냥의 시간'의 소년성에 대하여
이상한 표현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솔직담백한 영화였다. 내겐 <사냥의 시간>이 마치 <구니스>(1985) 같은 10대 소년들의 어드벤처물처럼 보였다. 의도했던 것과 보여주는 결과물,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 사이의 격차에 대해 살펴보고자했다. 때로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보다 그 뒤에 남겨진 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
글: 송경원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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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얼른 섭외해 주라~!
“김신영씨가 증말 츤재라!” 누구도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신인가수 ‘둘째이모 김다비’까지 인정하더니 신뢰도가 200%로 뛰어버린다. “입 닫고 지갑 한번 열어주라 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 주라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 마라마라 야근하덜 말아라 낄낄빠빠 가슴에 새겨주라 칼퇴 칼퇴 칼퇴 집에 좀 가자~”라는 김신영의 신랄한 가사가 돋보이는 다비
글: 최지은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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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도서 <할리우드: 그녀들의 이야기>
영화사 책 중 ‘역사에 남은 감독’ 부분을 펼쳐 숫자를 세어봤다. 21명의 감독 중 여성감독은 1명, 예의상 넣었나 싶을 정도의 숫자다. 굳이 감독을 예로 든 이유는 이 책에서도 “여성감독은 현장에 더 많은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이 중심이 된 인물과 이야기를 고민한다”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1930년에 일한 감독 도로시 아즈너는 여성
글: 김송희 │
사진: 백종헌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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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시절과 기분>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읽고 썼던 리뷰를 다시 찾아봤다. 여름의 감각, 끈적한 공기, 남의 연애를 훔쳐보는 듯… 책을 읽을 때의 ‘기분’ 같은 것이 요란하게 남아 있다. <여름, 스피드>가 사랑에 이르는 달뜬 계절을 기록했다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은 우연히 마주친 과거와 비로소 이별하는 풍
글: 김송희 │
사진: 백종헌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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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도서 <공간이 만든 공간>
시대와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는 어떻게 탄생할까.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한 21세기의 한국에서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유현준 교수의 신작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는 동서양의 ‘문화 유전자’ 교배에서 답을 찾는다.
크게 나누자면 서양의 ‘문화 유전자’는 수학적이고 기하학적
글: 진영인 │
사진: 백종헌 │
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