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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가장 성공적인 옴니버스 영화,<여섯개의 시선>
자유로운 선택과 자발적 열정의 산물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If you were me(당신이 나라면)’이다. 이 조심스러운 가정법은 이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태도이자 화법이다. 6인의 감독들은 저마다의 재치로 지루할 틈 없는 영화들을 엮어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소중함이 단지 그 종합선물세트 같은 풍요로움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글: 변성찬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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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심한 되풀이,파트리스 셰로의 <정사>
파트리스 셰로의 <정사>는 유럽의 예술영화가 과감한 성적 표현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장 최근의 사례라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이 낡은 장삿거리에 대한 어떤 향수와 다소의 교활함마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처럼 장소 불명의 빈 아파트에서 한쌍의 낯선 남녀가 관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글: 짐호버먼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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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건달,<선택>의 낮은 속삭임에 귀기울이다
예정된 패배에 굴하지 않는 신념이여!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11월에 내리는 비는 참 난감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간에, 저 홀로 내린다. 천식 발작처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내리는 비, 내려서 잠시 자신을 증거하고 다만 잊혀지기 위해 내리는 비. 끝내 소리가 되어 울리지 못한 깊은 탄식처럼 11월의 비는 어떤 절실함을 마음에 묻
글: 이다혜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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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메뚜기도 한철
어릴 때 본 영화의 한 장면에서 처음 그것을 보았다. 초원의 맑은 하늘 위에 갑자기 몰려든 검은 비구름.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리고 곧 그것은 하늘을 덮고, 태양을 가리고, 익어 고개를 숙인- 드넓은 논의 이삭들 위로 작은 폭탄처럼 쏟아져내렸다. 저게 뭐예요? 저것은, 메뚜기란다. 대수롭잖게 아버지가 얘기했지만, 메뚜기, 하면 ‘폴짝폴짝’을 떠올리던 어
글: 이다혜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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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보고싶다,친구야!<로미와 미셸>
Romy and Michele's High School Reunion1997년 감독 데이비드 머킨출연 미라 소르비노, 리사 쿠드로우학교 다닐 때 아주 친했던 친구 또는 중심에서 빛나던 친구가 아닌 친하진 않았지만 그리고 구석에 조용히 있었지만 어딘가 인상적이었던 아이를 사회생활에서 아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지…. 예를 들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거리에서
글: 심은하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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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축제, <허공에의 질주>
단 한번의 ‘사인’도 보낸 기억이 없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도 나도 서로가 알고 있음을 알았다. 스무살의 첫사랑, 그는 살뜰한 배필과의 결혼과 번듯한 직장으로의 첫 출근을 앞두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술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는 불쑥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 <허공에의 질주>의 대니 가족에게는 삶 자체가 여행이다. 반전운동 전력으로
글: 정여울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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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선택
홍기선을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그대로다. 수더분한 외모에서 어눌하지만 지적 결기가 느껴지는 말씨까지. 그를 10년 전에 한번 만났다. 이효인, 이정하들과 함께였을 것이다. 나는 간간이 그를 떠올리며 그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연 그도 변했을까’ 궁금해했다. 10년 동안 홍기선의 동료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 변했다. 영화와 현
글: 권은주 │
200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