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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너의 눈에 시간을 새긴다는 것,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시간이 품고 있는 리듬을 담은 영화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과 사람들, 그들의 물질성과 운동이 자아내는 리듬이 하나의 세계를 이뤄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이름 지어졌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미야케 쇼는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응시하며 온몸의 감각으로 느낀 세상의 리듬을 영화 속으로 흘려보낸다. 그러고선 도쿄에 자리한 아
글: 홍은미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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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그 여름’, 지극히 마술적인, 또한 사실적인
2010년, 당시 대학생 한지원은 <코피루왁>이라는 24분(!) 분량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발표했다. 비유와 상징, 함축 등의 기존 독립 단편애니메이션의 미학에서 벗어나 드라마 연출의 정공법을 택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뿍 담아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10대 후반 주인공들은 주저 없이 질주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탄탄한 기본기가 절묘하게
글: 나호원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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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드림팰리스’, 욕망의 성취도, 연대도 실패한 자리에는
아파트는 더이상 집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것이 개인의 경제적 성공에 따른 신분이 드러나는 지표이고, 또한 그 경제적 가치를 재생산하기 위한 투기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공통의 감각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투사되는 선망과 원한은 동시대의 문화적 감정구조에 있어 핵심이다. 지난해 가장 문제적 작품이었던 <안나>
글: 소은성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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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인어공주’, 가장 숭고한 사랑에 대하여
1989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결말에서 이 영화는 안데르센 원작의 비극이 지닌 공허함을 단호하게 포기하는데, 아마도 30년 전의 문화적 분위기가 동화 속 ‘불가능한 사랑’을 옹호하지 않았기에 관객 다수가 이 애니메이션의 제안을 환영했던 것 같다. 동화란 원래 구전되거나 문서화되며 상황에 맞게 변화
글: 이지현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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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카일리 블루스', 나의 뒷면
실내에는 조명이 깜빡거리고, 남자는 나이 든 여성 동료에게서 약을 받는다. 꺼질 듯하던 전기가 드디어 제대로 들어오고 여성이 화면 왼편으로 나가면, 거기에는 한밤중 노대의 풍경이 담겨 있다. <카일리 블루스>는 <지구 최후의 밤>과 달리 대부분 낮을 배경으로 촬영되었지만 도입부는 밤의 서늘하고 음산한 공기를 충분히 각인한다. 빛을 기
글: 이보라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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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언어화하기 곤란한 감동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가 주는 감동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같은 수사적인 표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오갤3>의 감동을 설명하는 것에는 말 그대로 물리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퀼(크리스 프
글: 김철홍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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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클로즈’, 상실이 자아내는 큰 구멍
10대 소년들이 맞닥뜨리는 세계의 균열을 극도로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끝내 여린 소년의 죄의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마는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를 반복해 보며 체념하듯 되뇌었다. 영화를 거듭해 보아도 매 장면에 대한 감응은 다르게 반향하지 않았고, 이 가련하고도 가혹한 영화를 끌어안고픈 마음과 마냥 그럴 수만은
글: 홍은미 │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