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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지붕이 된 어두운 방에서, 함께와 혼자, <새벽의 모든>
후쿠시마 료타는 헤이세이 30년간(1989~2019) 일본 문학의 내러티브를 논하며 재난의 자장에 있는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인 정서를 발견한다. 가령 그는 다이쇼 시대(1912~26)에 활발히 생산되던 ‘유토피아’가 1923년 간토대지진과 부딪히면서, (연역적인 진단이지만) 그러한 묘사가 마침 찰나의 “현상”으로 그려지던 게 흥미롭다고 간주한다. 그는 이같
글: 이보라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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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이해와 단념 사이에서, <장손>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장손>은 가부장제의 끈질긴 유산이 남아 있는 대구 소재 일가족의 삶을 주인공인 ‘장손’ 성진(강승호)의 입장을 축으로 풀어낸다. 시대착오적 어감을 주는 제목을 굳이 고집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전근대적 가족 유산에 대해 양가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 영화는 다소 묘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주인공 성진은 오랜만에 집을
글: 김영진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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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어둠을 통해 삶을 말하기, <새벽의 모든>
‘하지만 저녁 해가 지고 나면 반드시 아침 해가 뜬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소설 <새벽의 모든>에서 제목의 의미를 암시한 문장은 이 한줄 외엔 전무하다. 그렇기에 문장이 기술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 비로소 주인공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사람이 겪은 고난을 밤의 시간에 대입해보게 된다. 영화에 묘사된 밤의 시간 중 가장 인상
글: 조현나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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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팀 버튼의 결혼 이야기, 세계의 규칙을 따르기,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세계는 겉보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이나 그 가운데 개개인은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해 있고 한 시스템은 또 다른 시스템과, 그리고 시스템 전체와 잘 어울려 돌아가고 있어서, 한 인간이 그로부터 잠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위험을
글: 이우빈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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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장손>의 봄이 의미하는 것, <장손>
포커페이스였을까?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성진(강승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찬란한 햇살. 택시는 눈부신 미래로 향하는 것일까? 햇빛이 따가웠는지 성진은 손으로 눈을 가린다. 이 숏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의 시선을 그의 입에 강력하게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왜 웃지 않는 것일까? 성진의 얼굴에 속 보이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
글: 오진우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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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배웅과 마중의 시간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소설이라는 허구를 어떻게 재현해낼 것인가. 이는 동명의 소설을 원형으로 삼고 있는 <딸에 대하여>에 대해 우리가 흔히 품을 수 있는 기대이자 의심이다. 대중으로부터 이미 응답받은 서사 위에 세워졌다는 친숙함과 안도감, 그리고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면 할수록 점점 더 크게 드리워지는 원작의 그림자. <딸에 대하여>는 이러한 경계에서 출
글: 문주화 │
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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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잊혀진 공포의 그림자, <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연대기적으로는 <에이리언> 오리지널 시리즈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 이후의 작품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을 하나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영화 속 ‘에일리언’이 기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포가 아니라는 사
글: 이병현 │
202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