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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인생은 아름다워
● 장 피에르 주네 작품 <아멜리에>의 캐릭터들은 확실히 만화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이다. 히스테리컬할 정도로 기분좋은 이 영화는 얼굴을 찌푸릴 줄 아는 고깃덩이 인형들과 정교하게 계산된 특수효과 사이에서 잘 재단된 프로젝트 세계를 창조한다.<아멜리에>는 두드러지게 복고적으로 묘사된 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신비스러울 정
20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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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딴따라의 애수, 따라지의 지리멸렬
● 가을 충무로, 풍년은 풍년이로되 곳곳에서 쪽박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대했던 영화들이 조폭과 킬러의 협공에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나둥그러지고 있다. 페인트가 마르기도 전에 간판을 내릴 지경이면 참패보다 압살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하는 편이 낫겠다. 줄초상난 작품들은 관객의 뒷골을 쑤시게 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진지하지도 않았다. 재미와 의미가 균형을
20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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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통속적인 삶을 위한 스펙터큘라
● ‘<물랑루즈> 한번 써봐.’ 직장생활 말년에 몸조심하느라, 말없이 덥석 받아들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지난호를 받아 펼쳐보니, 짐 호버먼의 비평이 있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영화평론가 중 하나이며, 도발적이면서도 세련된 뉴욕을 대표하는 평론가 짐 호버먼이 이미 <물랑루즈>를 처참하게 씹어놓았다니. 그뒤를 이어 또 <물랑루즈>
20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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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별것도 아니면서 젠체는
● 열정이 크면 클수록 키치적이며, 키치적이려면 아예 심하게 키치적인 게 더 낫다. 20세기 전체를 그저 바보 같은 한곡의 사랑노래로 전환해버렸다 한들 뭐 어떠리? 그저 열심히 오버할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는 주류의 광기일 뿐이되, 그 광기는 잘 계산돼 교활한 광기다. 별것도 아닌 것이 대단히 잰 체한다.엉망으로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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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역사야, 광기의 포대에서 나오너라
● 전반적으로 강렬한 인물화 중심의 흑백사진과 다큐멘터리적 영상을 왔다갔다하는 <귀신이 온다>의 미장센은 특별한 주의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 바다를 향해 웅승거리듯 포복하는 자세의 중국 촌락은 그전의 영화들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으로 별 감흥 없이 널브러져 있다. 오히려 그곳에서 좋아라 수영하는 일본 군인들의 모습은 일견 어린아이들의 장난 그것처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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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무너진 남성적 연대를 넘어
2001년의 한국영화는 일견 중국의 ‘5세대’ 영화 만들기의 전성기를 연상시킨다. 중국의 새로운 감독들이 만들어낸 모든 영화가 그 나라의 상황에 대한 암호였던 1984년에서 1987년까지의 시기 말이다. 지금의 한국영화와 당시의 중국영화간의 비교가 아주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감독들(첸카이거, 티엔주앙주앙, 황지엔신, 장저밍 등등)은 작품 속에
200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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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은근하고 완만하게, 다소는 허탈하게
● <킬러들의 수다> 마지막 장면에는 장진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썰렁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존재’를 이미 알지 못한다면, 반응은 지극히 썰렁하다. 저건 뭐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알아본다면, 자연스런 웃음이 흘러나온다. 은근하고 완만하게, 다소는 허탈하게. <킬러들의 수다>의 웃음은 늘 그런 식이
200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