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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가사도우미 부르려고 청소할 뻔
몇년 전까지 청소를 일년에 대여섯번 하고 살았다(지금은 한달에 한번. 내가 부지런해진 건 아니고 집이 작아졌다). 사람이 어떻게 그러고 사나 싶을 텐데… 맞다, 사람은 그러고는 못 산다. 나는 먼지 알레르기가 생겼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는 평범한 사무직이라고 주장하는 내 직업을 의심했다. “그냥 사무실에만 있어서는 이럴 수가 없는
글: 김정원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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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20세기 알바생이여서 다행이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대학 때부터 온갖 업종과 업소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러다 졸업하고 사회생활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 그 일자리 풍년의 시대에). 당시 평균 시급은 1800원, 머나먼 20세기의 일이었다.
일하던 카페에서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싸게 들여온 버드와이저 한병을 팔면 내 1시간40분 시급이 남는다는 사실을
글: 김정원 │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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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연애하듯 사고팔라
대학 시절엔 정말 돈이 없어 밥을 굶기도 했다(하지만 한병에 천원짜리 소주의 힘으로 살은 빠지지 않았다. 배만 보면 사장님, 근데 지금도 배만 보면 사장님). 과외를 하면 좋았겠지만 성격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힘든 일이었고(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싫어했다. 이 구역의 버르장머리 없는 건 나 하나로도 넘친다, 였달까),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숱한 아
글: 김정원 │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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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개싸움 위해 희생하리라
한국 최고(最古)의 빵집이라는 군산 이성당이 그냥 군산 빵집이었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도 이성당 단팥빵은 맛있었고, 소보루빵과 야채빵도 맛있었고,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ㄱㅅ국민학교 어린이회장 선거인단 매수 사건, 일명 이성당 회동. 어린이회장을 했다고 도움이 되는 국제중학교 입시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아들 소원
글: 김정원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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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누가 뭐래도 먹겠다!
비디오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보고 있을 때였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죽을 때까지 마시겠다며 슈퍼마켓에서 술을 쓸어 담고 있는데 옆에서 꿈꾸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좋겠다… 저거 다 양주잖아.” 퍽이나 좋겠다. “저 술 다 마시고 죽는데도?” “… 죽기 전에 한번쯤은!” 술이 너무 세서 당시 25도였던 소주도 성
글: 김정원 │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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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아니라고, 당신 싫다고
이걸 직업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사장. 나한테 직업을 물어보면 기자라고 했지 (퇴사 두달 전에 졸라서 간신히 달았던) 과장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참고로 과장됐다고 월급이 오르지는 않았다. 대체 무엇을 위한 과장이었던가). 하지만 우리 회사 사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의 직업은 사장이다, 그리고 사장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글: 김정원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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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문득, 나의 슬픈 아코디언
나는 아코디언을 켤 줄 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짠한 눈으로 나를 보며 밥값을 내주곤 한다. 피아노나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아코디언이라고 하면 저녁 끼니를 걱정하며 동전 그릇 놓고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떠오르나 보다(그래서 내가 바이올린도 했다는 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코디언을 배우게 된 이유가 내 숱한 불행의 씨앗 중 하나이기는 하다.
글: 김정원 │
201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