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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언론이라는 어불성설
문자로서의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언어로서의 한국어를 기리는 날처럼 혼동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의 우수성을 따지는 건 괜찮다. 그걸 지나 한국어의 우월함을 이야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물론 한국어로 표현된 고유의 정서와 사상이 아름다울 수는 있고, 그것은 오로지 한국어로서 접근될 때에만 그 온전한 맛을 누릴 수 있다
글: 정준희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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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인간을 닮은 기계를 열망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는 시대, <프랑켄슈타인> 읽기 딱 좋은 때다.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빅터의 창조물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을 학생들과 소리내어 읽었다. 괴물의 외형을 묘사하는 구절을 읽던 중 유독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이라는 표현이 귀에 들어왔다. 문득 수년 전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분만실에서 처
글: 임소연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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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수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주유소 습격사건
지난 9월21일 대한민국 국회는 최초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국회 단독 과반 정당의 현직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총리 해임건의는 현 정부 국정운영의 총체적 실패를 사법적 또는 헌법적 차원에 이르기 전의 한도에서 최대치로 선고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불수용하면 그의 막돼먹음과 옹졸함만 부각되고, 이 역시도 총체적 국정 실패의 근거가 된다.
글: 김수민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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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라진다 그리고 존재한다
기원전 304년, 지중해 로도스섬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동상을 세웠다. 태양의 신이자 섬의 수호신인 헬리오스 상이었다. 로도스섬은 원래도 동상으로 유명해서 이미 수천 개의 동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동상은 그 어떤 것보다 컸다. 당시 아테네의 아테네 상이 12m였다. 로도스섬의 거상은 높이 32m로 완성되었다. 공사는 철근 뼈대에
글: 김소영 │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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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의 질주를 바라보는 한 운전자의 눈
대학원과 늦은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생전 처음으로 ‘내 차’를 갖게 되었던 날이 잊히지 않는다. 당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무척 많이 부르고 다녔는데, 내 서른 즈음은 학생운동과의 이별, 학문 세계로의 본격적 진입, 그리고 자동차였던 셈이다.
전국 구석구석으로 차를 몰고 다니면서 내 서른 즈음은 상당한 ‘시선 전환’을 겪었다. 주유소에
글: 정준희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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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신비롭지 않은 바비들
핑크를 기대했지만 온통 그레이다.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부터 핵폭탄이 만든 잿빛 하늘까지. 미국을 비롯해서 전세계적으로 흥행 중인<바비>가 유독 한국에서는 상영관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천쪽이 넘는 과학자 평전을 사 읽고 과학 공부까지 하며 보러 가는 <오펜하이머>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냥 켄, 아니 백인 남성
글: 임소연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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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수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도(道)리엔탈리즘
새만금 잼버리 실패를 빌미로 불거진 ‘전북 지역 혐오’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경북 구미에서 사반세기쯤 살았다. 대구경북이 겪는 곤경을 호남이 당해온 차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툭하면 지역 혐오에 노출되는 처지는 점점 비슷해진다. 고작 ‘선거 결과’가 혐오의 근거가 되고, 지역 내의 다양성과 활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글: 김수민 │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