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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무엇이 영화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한가한 자세로 텔레비전 뉴스를 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일어난 어떤 좀도둑의 범죄행각이 단신으로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중대하기보다는 황당무계하다는 이유로 그날의 단신으로 채택되었을 이 사건을 접한 날, 저는 그만 더 황당무계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저에게 무언가 영화에 관한 단
글: 정한석 │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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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모든 환상은 실패한다
이용주의 두 번째 영화 <건축학개론>에 대해 쓰려고 한다. 다들 재미있게 보지만 내 주변에선 남성 관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뜨뜻미지근한 여성들의 반응이 좀 흥미로웠다. 남성은 여성의 판타지에 대해, 여성은 남성의 판타지에 대해 늘 야박하게 군다. <건축학개론>의 경우엔, 그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한가인의 드라마 출연작 <해를 품는
글: 김영진 │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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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불가능한 질문에의 도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J. 에드거>가 국내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못한 채, DVD로 직행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몇년간 그의 영화들(<그랜 토리노>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체인질링> <히어애프터>)이 연이어 극장 개봉을 통해 우리와 만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 내
글: 남다은 │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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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끌어당기네
수리를 중단한 채 파손된 상태로 방치된 폐가의 문에서 시작하여, 말끔히 상처를 보수한 통유리 창의 바깥으로 카메라가 빠져나오면서 끝이 나는 영화 <건축학개론>은 건축적으로 구축된 플롯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알려진 것처럼 인물의 관계와 건축물의 축조 과정이 절묘하게 조응하고 있다는 설정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냉소나 격랑 따위의 정서들이
글: 장병원 │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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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슬픔은 달콤하였으나
길을 가다 깡패를 만났다. 친절하게도 깡패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돈 줄래, 죽을래?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에서가 아니라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에서 주어진 선택의 기회. 경험적으로 볼 때,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당연하게 나는 더 나쁜 것을 피해 나쁜 것을 택해왔고 그래도 최악의 경우를 피했다는 사
글: 안시환 │
201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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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당신에게 이야기란 무엇입니까?
이광국의 데뷔작 <로맨스 조>는 물론 이야기 구조가 돋보이는 영화다. 이미 여러 평자들이 하나의 전체 그림으로 조합되지 않는, ‘뫼비우스 띠’(“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를 쏟아내다”, <씨네21> 844호) 같은 형식을 이 영화의 신선한 미덕으로 꼽았다. 현실과 허구, 회상과 상상을 단순히 오가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아예 무너
글: 남다은 │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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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오디오비디오적 커밍아웃
<줄탁동시>는 그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운 종합적인 영화이다. 서사의 표층에 드러난 바, 거기에는 퀴어시네마의 요소에, 성장영화의 요소, 뭉뚱그려 말하면 사회 현실을 생(生)질료로 삼은 리얼리즘 영화의 요소가 두서없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는 영혼의 안쓰럽고 쓸쓸한 궤적은, 흔하지는 않아도 주변에서 충분히 볼
글: 장병원 │
2012-03-22